홍파(洪坡) 감독이 연출한 정애리의 매력

그녀는 나에게 있어 하나의 희망이다.
황량한 이 도시에 돌연히 피어나 따사로운 미소와 우아한 꽃내음을 보내오는 한 송이 백합이다.
그녀는 많은 도시인 들로 하여금 여인에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게 작용한다.화려하지 않고 풍요롭지 않으나,그러나 천하지 않으며 요란스럽지도 않다.
나는 아직 그녀와 더불어 작품에서 부딪치지 않았다.



그동안 바람직한 연기자가 태어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들은 곧 도시를 횡행하는 타락의 매연에 까맣게 그을거나 물거품이 되어 우리들 앞에 잠깐씩 머물다 갔다.
어제의 스타가 오늘의 퇴기같은 몰골로 어두운 밀실의 낡은 카피트 위에나 뒹굴고 있었다.그런 시대에 정애리의 출현은 우리들의 희망일 수밖에 없었다.

만들어진 美보다 가슴까지의 美, 함부로 껴안을 수 있는 여인이기보다는 범접할 수 없는 품성의여인,말을 하지 않으나 많은 내용을 전해 오는 침묵한 얼굴,날렵한 몸 속에 감춰진 정숙을 그녀는 지니고 있다.
그녀는 스스로 선택하는게 아니라 선택을 당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지금쯤 깊은 골방에서 혼자서 끙끙 앓는 짝사랑의 사내들을 거느리고 있을 것이다.그녀는 은은하고 조용하며 부드러우나 내연하는 정열을 지니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주위사람들의 아낌이다.

홍파 감독과 함께
[선데이서울 80년 4월13일 제13권 15호 통권 제 593호]
●이 기사에 대한 저작권, 판권 등 지적재산권은 서울신문의 소유입니다.
무단 전재, 복사, 저장, 전송, 개작 등은 관련법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