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투어 롯데칸타타여자오픈에 선수와 캐디로 출전
“정말 버디가 안떨어 지더라구요 ㅠㅠㅠ”(최나연), “그래서 기도 좀 하자고 했죠, ㅎㅎㅎ~”(이정은5).
최나연(왼쪽)과 88년생 동갑내기 이정은5가 4일 제주 서귀포 롯데스카이힐 골프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롯데칸타타 여자오픈 1라운드를 마친 뒤 클럽하우스 앞에서 웃고 있다.
‘절친’ 이정은5(이하 이정은)는 LPGA 데뷔가 최나연보다 10년이나 늦다. 게다가 ‘삼수생’이다. 2015년 두 번째 노크한 퀄리파잉스쿨에서 반의 반쪽짜리 조건부 시드를 받은 그는 이듬해인 2016년 세 번째 도전 만에 풀시드(전 경기 출전권)를 받아냈다. 28세 때였다.
‘결’은 다르지만 둘의 우정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4일 제주 서귀포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에 이정은은 최나연의 캐디로 출전했다.
![캐디 이정은5가 4일 제주 서귀포 롯데스카이힐 골프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칸타타 여자오픈 1라운드 11번홀에서 티샷을 마친 ‘절친’ 최나연의 드라이버를 받아들고 있다. [KLPGA 제공]](https://img.seoul.co.kr/img/upload/2020/06/04/SSI_20200604161530_O2.jpg)
캐디 이정은5가 4일 제주 서귀포 롯데스카이힐 골프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칸타타 여자오픈 1라운드 11번홀에서 티샷을 마친 ‘절친’ 최나연의 드라이버를 받아들고 있다. [KLPGA 제공]
LPGA 투어 데뷔 4년째를 맞은 이정은은 처음부터 지금꺼지 ‘나홀로 투어’ 중이다. 3년 동안 투어를 뛰었지만 번 상금은 100만달러가 채 되지 않는다. 잘 버는 동료들이 흔하게 장만하는 미국집‘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런 이정은에게 최나연은 친구 이상의 존재다.
이정은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나연이게 받은 가장 큰 도움은 집이었다”면서 “그 덕에 대회 때마다 호텔을 전전하는 일이 줄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혼자 해결하기 곤란한 일이 생기면 나연이한테 물어봤다. 투어 생활에서 얘기를 나눌 상대가 있다는 것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특권”이라고 설명했다.
석 달전 미국의 코로나19를 피해 한국으로 돌아와 올해 첫 대회에 나선 둘의 이날 성적은 기대에 크게 못미친 건 물론 낙담하기에 충분했다. 보기 1개를 건졌지만 보기 4개와 더블보기 1개를 쏟아내 5오버파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최나연이 제주 대회에서 뛰어본 건 손으로 꼽을 정도다. 반면 최나연이 LPGA에서 뛸 때 국내 코스를 섭렵했던 이정은은 “우승만 빼놓고 꼴찌에서 2등까지 다해봤다”고 할 정도로 제주 그린이라면 주름을 헤아릴 정도로 빠삭하다.
![최나연과 ‘절친’이자 캐디 이정은5가 4일 제주 서귀포 롯데스카이힐 골프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칸타타 여자오픈 1라운드 11번홀에서 티샷을 마친 뒤 이야기를 나누며 페어웨이를 걸어가고 있다. [KLPGA 제공]](https://img.seoul.co.kr/img/upload/2020/06/04/SSI_20200604161807_O2.jpg)
최나연과 ‘절친’이자 캐디 이정은5가 4일 제주 서귀포 롯데스카이힐 골프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칸타타 여자오픈 1라운드 11번홀에서 티샷을 마친 뒤 이야기를 나누며 페어웨이를 걸어가고 있다. [KLPGA 제공]
그는 ”평소에도 캐디한테 라인을 묻지 않는 내가 정은이한테 매홀 퍼트라인을 물어봤다. 그런데도 1~3m 안팎의 버디가 그렇게도 인떨어지더라”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늘상 하던대로 웃으면서 괜찮다고 다독거리는 정은이가 고맙기만 하더라”고 했다.
이정은은 “최대한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 가장 많이 한 말은 ’잘했다‘, ’괜찮다‘였는데, ’그러면 기도 좀 하자‘라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고 했다. 둘은 컷오프가 걱정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내일이요? 내일은 더 신나게 쳐야죠”라고 깔깔 웃으며 클럽하우스로 사라졌다.
글·사진 서귀포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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