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청구된 ‘코트의 마법사’ 강동희

구속영장 청구된 ‘코트의 마법사’ 강동희

입력 2013-03-08 00:00
수정 2013-03-0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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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승부 조작 혐의로 8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강동희(47) 원주 동부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로 한국 농구를 대표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농구계의 충격이 더 크다.

송도고와 중앙대 출신으로 현역 시절 실업과 프로농구 기아, 창원 LG 등을 거친 강동희 감독은 깨끗한 3점슛과 허를 찌르는 패스, 빼어난 경기 조율 능력 등을 바탕으로 팬들의 탄성을 자아내며 1990년대 국내 최고 포인트가드로 활약했다.

상무를 거쳐 1990년 울산 모비스의 전신인 실업 기아자동차에 입단한 강 감독은 대학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은 허재, 김유택과 함께 기아의 5년 연속 농구대잔치 우승(1988-1989 시즌~1992-1993 시즌)에 일조했다.

기아의 전성기를 이끈 이들 세 선수를 일컫는 ‘허동택 트리오’라는 이름은 농구팬들 뇌리에 아직도 생생하다.

강동희 감독은 프로농구 원년인 1997년에도 기아의 정규시즌 1위를 이끌고 최우수선수(MVP)에 뽑혔으며 도움왕을 통산 4차례나 차지하는 등 한국 농구 전성기를 빛낸 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프로농구에서 국내 선수 첫번째 ‘트리플더블’도 강 감독의 손에 나왔다.

역대 프로농구 첫 트리플더블은 출범 첫해인 1997년 안양 SBS 소속이던 제럴드 워커가 기록했지만 국내 선수 가운데는 강동희 감독이 기아 시절인 1997-1998 시즌 개막전에서 24점·13어시스트·11스틸을 올린 것이 최초다.

농구선수로서 개인기와 성실함이 함께 뒷받침돼야 가능한 트리플 더블을 강 감독이 토종 선수로는 처음으로 달성했다는 점은 현역 시절 ‘코트의 마법사’라고 불리던 그의 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기록이다.

국가대표로도 꾸준히 활약하며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동메달,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은메달 등을 이끈 강동희 감독은 2004년 은퇴 후 지도자로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2005년부터 2008-2009 시즌까지는 동부 코치로 2007-2008시즌 동부의 정규시즌 우승에 힘을 보탰고 전창진 감독의 뒤를 이어 2009년 동부 정식 사령탑에 오른 뒤에도 2010-2011 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일구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2011-2012 시즌은 최고의 시기였다.

강 감독의 지휘 아래 동부는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8할이 넘는 승률과 역대 KBL 최다승(44승)과 최다 연승(16승) 등 각종 신기록을 달성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챔피언전에서 KGC인삼공사에 져 준우승했지만 동부를 2년 연속 챔피언전으로 이끈 강동희 감독은 생애 첫 감독상을 받으며 명실상부한 명장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그의 이력에 ‘그림자’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동부 코치 시절인 2006년 불법 도박으로 약식기소돼 처벌을 받았다. 올해 초 사망한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의 빈소에 조화를 보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올 시즌에는 주전들의 줄부상 속에 부진한 출발을 보였으며 시즌 중반 이후로는 내년 신인 드래프트를 의식해 고의 태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져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2년 전 정규시즌 막판 순위가 정해진 뒤에도 약체팀에 맥없이 패하는 모습을 보였던 강동희 감독은 결국 당시 패배를 둘러싼 승부조작 혐의로 현역 프로팀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끝에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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