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밝혀낸 尹·정의연 혐의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인적 끊긴 마포쉼터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회계부정·쉼터 고가매입·기부금횡령 의혹 등을 수사해온 검찰이 14일 수사 개시 4개월 만에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정의연 전 이사장)과 정의연 간부 한 명을 재판에 넘겼다. 사진은 정의연이 운영하다 지난 7월 운영이 잠정 중단된 서울 마포구 마포쉼터의 모습.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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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상 준사기 혐의는 사람의 심신장애 등을 이용해 자신이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하게 한 경우에 적용된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 최지석)는 이날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윤 의원이 치매를 앓는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기부·증여하게 한 혐의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마포 쉼터’(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모(60)씨와 공모해 2017년 11월 중증 치매를 앓는 길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하여 할머니가 받은 여성인권상 상금 1억원 중 5000만원을 정의기억재단(지금의 정의연)에 기부하게 하는 등 올해 1월까지 총 9차례에 걸쳐 정의연 등에 7920만원을 기부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정의연은 2017년 11월 25일 ‘100만 시민이 함께하는 여성인권상’ 시상식을 열어 길 할머니에게 상금 1억원을 전달했는데, 길 할머니가 이 중 5000만원을 기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당시 할머니들은 여성인권상의 의미를 분명히 이해했고 그 뜻을 함께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상금을 기부했다”면서 “중증치매를 앓는 할머니를 속였다는 주장은 할머니의 정신적·육체적 주체성을 무시한 것으로 ‘위안부’ 피해자를 또 욕보인 주장에 검찰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다만 검찰은 정의연의 회계 부정과 관련한 의혹들에 대해 죄가 인정되지 않거나 처벌 규정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정의연이 지난 4월 안성 쉼터를 첫 호가가 6억원대임에도 4억 2000만원이라는 헐값으로 매각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은 “매수자가 없어 약 4년간 매각이 지연된 점, 지난달 7일 기준 시세 감정평가 금액이 4억 1000여만원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업무상배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의연이 윤 의원 부친을 형식적인 쉼터 관리자로 등재하고 2014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7580만원의 인건비를 지급한 것도 윤 의원 부친의 다이어리 기재 내용, 통화 기지국 위치 등을 확인했을 때 실제로 근무한 사실이 확인돼 배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지난 5월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윤 의원과 정의연 기부금 의혹을 처음 폭로하고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는 윤 의원 기소 소식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 할머니를 모시는 한 측근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30년을 같이 지낸 사람이 기소됐으니 (할머니 기분이) 좋을 리만은 없다”면서도 “법이 알아서 할 문제라며 윤미향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아 하신다”고 전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 할머니의 며느리 조모씨는 “(수사가 늦어져) 걱정했다”면서 “만족할 수 없지만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윤 의원에 대해 “최근 치매 정밀 검사를 했더니 의사가 ‘어머니의 판단력이 10%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면서 “어머니를 모시며 치매 진단 등급을 받지 않았다는 말을 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이어 조씨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멀리 모시고 다니고, 유언장까지 쓰게 한 것이 가장 마음이 아프다”면서 “정의연이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2020-09-1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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