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前비서관 심리 사실상 마무리
檢, 기밀누설 공판서 진술 공개“朴대통령, 최 의견 듣고싶다 말해 그 뒤론 지시 없어도 매건 전달”
문제삼던 태블릿PC 검증은 취소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 기소)씨에게 청와대 비밀 문건을 전달한 정호성(48·구속 기소) 전 청와대 제1부속 비서관이 검찰 조사에서 “거의 매일 문건을 보냈다”고 진술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정 전 비서관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공판에서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진술요지를 공개했다.
검찰이 제시한 진술요지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님이 최씨의 의견을 들어봤으면 좋겠다는 말이 있어서 그다음부터는 건마다 지시를 받지 않았어도 보내줬다”고 했다. 정 번 비서관은 소위 정윤회 사건 이후 연락 빈도는 줄었다면서 “최씨가 먼저 ‘상황이 이러하니 그만 받는다’고 건의했고,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빈도가 줄었을 뿐 최씨의 국정 관여는 여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의 의견이 모두 반영된 것은 아니지만 큰 틀에서 일정부분 국정에 반영됐다”며 “2016년 연초까지도 자료를 최씨에게 보내주고 의견도 들어왔다”라고 진술했다. 사실상 대통령 보고에 앞서 최씨에게 보고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정 전 비서관은 “제 잘못”이라며 에둘렀다. 특히 정 전 비서관은 “최씨가 8대의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1대를 사용한 게 맞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태블릿PC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최씨의 주장과 다른 진술이다. 정 전 비서관은 자신이 대통령과 통화할 때도 대포폰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최씨가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부동산 정책 등 각종 정부 문서와 딸 정유라(21)씨의 대입 관련 문서 등을 입수한 사실도 드러났다. 최씨의 하남 미사동 토지와 체육특기자 입시 관련 문서 외에도 정부 초기 행정부 조직도안, 차관인선안, 북한 핵 문제와 원자력 협정 개정 관련 내용이 담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관련 말씀자료 등도 유출됐다.
한편 최씨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태블릿PC에 대한 검증은 취소됐다. 정 전 비서관 측은 “이미 제출된 증거를 다 동의했다”며 “기존에 낸 증거 신청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이전 공판에서 정 전 비서관 측은 파일 유형을 언급하며 검증을 요청하자 검찰은 “안드로이드 체제의 경우 (최씨의 태블릿PC에서 발견된 것과 마찬가지로 반복 내려받기를 하면) 파일명 뒤에 하이픈과 숫자가 추가된다”고 반박했다.
이날 공판을 끝으로 사실상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심리는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정 전 비서관 사건을 최씨와 안종범(58·구속 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과의 심리와 다시 병합해 1심을 선고할 예정이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17-02-1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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