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울리는 e러닝 ‘강의 재탕’ 도 넘었다

대학생 울리는 e러닝 ‘강의 재탕’ 도 넘었다

입력 2014-06-25 00:00
수정 2014-06-25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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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재정·공간 부족 해결 위해 도입 “학점 채우기 용” “등록금 아깝다” 분통

건국대 전자공학과 4학년 임모(25)씨는 최근 계절학기 수강신청에서 ‘e러닝(e-learning) 강의’를 재수강 신청하려다 깜짝 놀랐다. 5년 전 들었던 강의 동영상이 그대로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임씨는 “교수가 한 번 찍어 놓은 동영상 강의를 학생들이 매년 되풀이해 듣고 있다”면서 “동영상 강의의 질은 오프라인 강의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질이 떨어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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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100% 온라인으로 진행하되 중간·기말고사는 오프라인에서 보는 e러닝 강의가 사이버대학이 아닌 일반대학에서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학생 불만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교수들은 ‘재탕·삼탕’ 식으로 같은 강의를 답습하고 학생들은 e러닝 수업을 ‘손쉽게 학점 따는 수단’쯤으로 여기는 등 양질의 수업을 물리적 제약 없이 많은 학생이 듣게 하겠다는 취지가 바랬다는 지적이다.

2007년 교육부로부터 서울권역 대학 e러닝지원센터로 선정된 한양대는 지난해 170여개의 e러닝 강의를 개설했다. 전체 강의의 5% 미만이지만 대부분 대형 강의로 이뤄지는 만큼 수강생 수는 전체의 40%에 이르렀다. 하지만 학생들은 교수와의 상호작용을 아쉬워하는 등 불만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양대 교무처 관계자는 “일반 강의의 강의 평가 점수가 100점 만점에 평균 90점 수준이라면 e러닝 강의는 그것보다 5점 정도 낮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특히 전 학년 필수과목으로 지정돼 있는 리더십 강의인 ‘한양 리더십 플러스’(HELP·Hanyang Essential Leadership Plus)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김창식 한양대 총학생회장은 “대부분 학생이 시험 보기 한 시간 전 자료만 보고 가는 수업”이라면서 “리더십을 인터넷으로 배우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고 등록금이 아깝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학들이 재정과 공간 부족 등 인프라 부족을 극복하고자 e러닝 강의를 도입했지만 수용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강의를 온라인상에 공개하는 것을 꺼리는 교수들의 분위기부터 바꿔야 학생들이 원하는 피드백이 활발한 수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수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선임연구원은 “e러닝 강의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중간에 퀴즈를 보거나 팝업창을 띄우는 등 여러 기술을 도입해 부작용을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2014-06-2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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