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부터 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을 연이어 지내며 법원행정처 주요 실무를 총괄한 임 전 차장은 수사 초기부터 이번 사건의 의혹을 풀 핵심인물로 지목됐다.2018.10.15
연합뉴스
취재진 질문에 듣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양승태 사법부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5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2012년부터 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을 연이어 지내며 법원행정처 주요 실무를 총괄한 임 전 차장은 수사 초기부터 이번 사건의 의혹을 풀 핵심인물로 지목됐다.201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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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을 연이어 지내며 법원행정처 주요 실무를 총괄한 임 전 차장은 수사 초기부터 이번 사건의 의혹을 풀 핵심인물로 지목됐다.201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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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회의원에게 민원을 청탁하고 이것이 성사되자 해당 국회의원의 선거법 위반 재판에 대해 법률 조언을 해준 정황도 수사 중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전날 법원에 청구한 임종헌(59)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영장에 김미희·김재연·오병윤·이상규·이석기 등 통진당 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항소심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적시했다.
임종헌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 간부를 서울고법 2심 재판부에 보내 “통진당 의원들의 국회의원직 상실 여부에 관한 판단 권한은 사법부에 있다”는 취지의 법원행정처 문건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재판장은 지난 8월 취임한 이동원 대법관이다.
검찰은 이러한 문건 전달이 법원행정처의 항소심 재판 개입이라고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와 힘겨루기 위해 통진당 소송 개입
2015년 11월 이 소송의 1심 재판부가 “의원직 상실은 헌법재판소가 헌법 해석·적용에 대한 최종 권한으로 내린 결정”이라며 소송을 각하하자 이를 뒤집으려고 문건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항소심 판결에는 법원행정처 문건과 동일한 취지의 내용이 적시됐다. 2심 재판부는 이듬해 4월 1심의 각하 처분을 파기하고 국회의원들 패소로 판결하며 “행정소송법상 당사자들이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는지 확인하는 소송의 판단 권한은 법원에 있다”고 판시했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통진당 관련 소송에 개입한 정황은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법원행정처는 2015년 이현숙 전 통진당 전북도의원이 낸 소송의 재판부에도 “의원 지위 확인은 헌법재판소가 아닌 법원 권한이라는 점을 판결문에 명시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법원 자체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검찰은 당시 최고법원 위상을 놓고 헌법재판소와 경쟁 관계에 있던 대법원이 의원들 지위 확인 소송을 헌법재판소와의 힘겨루기에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당시 전국 각지에서 제기된 통진담 지방·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들에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2월 작성된 ‘통진당 지역구 지방의원 대책 검토(내부용·대외비)’ 문건에는 전국 법원에 계류 중인 관련 소송이 정리돼 있었다. 법원행정처는 자치단체장이 지방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극회의원에 민원 넣고 ‘재판 전략’ 조언
임종헌 전 차장은 여야 의원들이 연루된 민·형사 소송의 대응 전략을 대신 세워주도록 법원행정처 판사 등에게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2013년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을 상대로 제기된 사해행위 취소소송의 내용을 검토한 법원행정처 내부 문건을 확보해 그 경위를 수사해왔다. 홍일표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대법원 양형위원회 소속 판사가 ‘의원실 직원들이 주고받은 돈으로 보일 수 있도록 한다’는 등 방어 전략과 재판 전망을 정리한 문건도 나왔다.
검찰은 임종헌 전 차장이 2015년 이후 홍일표 의원으로부터 직접 부탁을 받고 법원행정처 심의관과 양형위 소속 판사에게 소송 전략을 짜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판사 출신인 홍일표 의원은 2014년 12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이던 상고법원 설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홍일표 의원은 지난 7월 이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법원행정처가 검토했다는 문건의 경위와 내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도 민원 청탁을 한 뒤 법률 조언을 해준 정황도 수사 중이다.
특허청은 2016년 5월 국제 컨퍼런스에서 특허무효의 증거를 심판 단계에서만 제출하고 특허법원 소송에서는 새로운 증거를 예외적으로 받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허심판에 제출되지 않은 특허 무효 증거를 이후 법원에 사실상 제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었다.
유동수 의원은 같은 해 6월 최동규 당시 특허청장이 툴석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회의에서 “헌법이 법관에게 재판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제도 개선 추진이) 헌법의 기본정신을 위배한다”고 언급했다.
검찰은 이 발언의 배경에는 법원행정처가 법원이 반대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특허청장을 질타해달라는 발언 요지까지 만들어 유동수 의원에게 청탁한 정황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같은 해 11월 유동수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자 법원행저처가 항소심 대응 전략 문건을 작성, 유동수 의원의 변호인에게 건넸다고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유동수 의원은 이듬해 항소심에서 벌금 90만원으로 감형돼 의원직을 유지했다.
●강제징용 소송 개입에 ‘양승태 승인’ 진술 확보
검찰은 임 전 차장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2016년 9월 외교부를 찾아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민사소송의 절차를 논의하기 전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의 재가를 받았다는 진술을 이민걸 전 실장으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징용 소송의 최종 결론을 뒤집는 대가로 법관 해외파견지를 늘리는 식으로 정부와 ‘재판 거래’를 하는 방안을 사실상 승인했다고 보고 있다.
203여쪽에 달하는 임종헌 전 차장의 구속영장에는 이들 혐의를 비롯해 30개 안팎의 범죄사실이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헌 전 차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오는 2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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