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고 옷벗고… 학생회장 취임식은 옹립식?

춤추고 옷벗고… 학생회장 취임식은 옹립식?

명희진 기자
명희진 기자
입력 2017-04-14 22:26
수정 2017-04-14 22:5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단과대·동아리 회장 취임서 재롱잔치 선배가 웃을 때까지 탈의 ‘남자 상견례’

“신입생 강제 동원돼 인권침해 반복”
“친목 위한 것… 변질된 행사 개선을”
대학생들의 과도한 ‘선배 높이기’ 문화가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단과대나 동아리 회장 취임행사에서 신입생들이 각종 춤과 공연을 하는 ‘옹립식’, 선배들이 웃을 때까지 신입생이 장기 자랑을 하며 옷을 벗는 ‘남자 상견례’ 등이 대표적이다. 신입생들은 이런 행사에 강제로 동원되면서 공공연한 인권침해가 반복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상급생들은 ‘재미’와 ‘추억’을 위한 행사에 지나치게 예민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14일 한국외대 익명 페이스북인 대나무숲에는 ‘왕을 받들어 모신다’는 의미의 ‘옹립식’을 비판하며 자성을 촉구하는 게시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한 외대 신입생은 “이 행사의 정당성을 모르겠다”며 “신입생들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학과 회장의 기를 살려 주자고 춤추고 노래하는 것은 선택권이 없는 약자에 대한 악습과 강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외대 재학생은 “14학번까지만 해도 공대에서는 남학생들이 상의를 벗고 무대에 올라가 깃발을 흔들기도 했다”며 “이런 활동을 전통이라고 하는 건 황당하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외대 사범대 학생회 측은 “최대한 신입생들의 의사를 존중하며 공연 내용도 신입생 스스로 결정한다”면서 “과도한 참여 요구나 부적절한 공연 내용은 최근 2년간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존폐를 논의 중이고, 계속되더라도 옹립식이라는 이름은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옹립식은 한국외대뿐 아니라 부산대, 인천대, 세종대 등의 단과대학 및 동아리에서도 전통처럼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및 한국음악작곡과 학생회도 신입생 환영회 자리에서 알몸 장기 자랑을 강요해 온 사실이 드러나며 홍역을 치렀다. ‘남자 상견례’로 불리는 이 행사는 남학생 신입생이 자기소개를 한 뒤 선배가 웃을 때까지 장기 자랑을 하고, 선배가 웃지 않으면 입은 옷을 하나씩 벗는 식으로 진행됐다.

한예종 학생회는 “친목 도모와 상호 교류가 목적이었던 초기 의도와 다르게 변질됐다”며 “논란이 된 행사를 폐지하고 선후배 간 수직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이 학과의 한 학생은 “선후배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간 많은 학생이 팬티 차림을 하는 성희롱적 상황을 겪어도 그저 쉬쉬하고 넘어가는 분위기였다”며 “이제라도 공론화되고 폐지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7-04-15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