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위해 시위나선 ‘모정’ 명예훼손 무죄…“공권력 반성”

자매위해 시위나선 ‘모정’ 명예훼손 무죄…“공권력 반성”

입력 2017-02-15 09:28
수정 2017-02-1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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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목숨을 끊은 두 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시위에 나섰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어머니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정욱도 판사는 허위 사실이 기재된 보드판을 불특정 다수에게 보였다는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된 장모(64·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장씨는 2014년 10월 서울 여의도의 한 건물 앞 도로에서 ‘강간 살인마를 벌하여다오! 진실을 밝혀다오’ 등의 내용이 적힌 보드판을 들고 1시간가량 서 있었다.

장씨는 ‘강간하고 살인한 자들이 아직 반성하지 않는데 내 두 딸의 영혼은 하늘을 맴돌고 있다’는 문구와 함께 ‘강간, 살인의 공범’이라는 방송 관계자 12명의 이름도 함께 적었다.

이는 두 딸 때문이었다. 드라마 보조 출연자로 일하던 큰 딸은 회사 관계자 12명에게 강간·강제추행을 당한 후 고소를 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취하했다.

큰 딸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언니에게 보조출연자 일을 권했던 동생도 충격에 빠져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장씨는 이들 12명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냈지만, 소멸시효인 3년이 지나 패소했다. 결국, 장씨는 보드판을 든 1인 시위를 통해 관계자들을 규탄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법원은 “형사 고소 혐의 사실과 민사 소송 청구 원인은 진실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면서 “보드판 내용이 허위라 하더라도 장씨가 진실을 확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판결문 부언(附言)을 통해 장씨 가족을 위로하고 사과했다.

정 판사는 “법원은 피고인과 두 딸이 겪은 일련의 사건에서 공권력이 범한 참담한 실패와 이로 인해 가중됐을 극심한 괴로움을 보며 깊은 좌절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판결이 참척(慘慽)의 아픔 속에 살아가는 피고인의 여생에 잠시나마 위안이 되고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버린 두 자매 안식에 작게 나마 도움이 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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