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인신보호 구제 청구’ 법원이 받아들여 21일 심문
4월 초 중국 내 북한 식당을 탈출해 집단 입국한 종업원 12명의 자진 입국 여부와 현재 국가에 의한 수용·보호시설 거주가 타당한지를 가리는 재판이 21일 열린다.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이영제 판사는 21일 오후 인신보호 소송의 심문기일을 열어 이들에 대한인신보호가 필요한지를 심리할 예정이다. 법원이 국내 보호센터에 머무는 탈북자들의 수용 적법성 여부를 가리는 절차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청구는 이들 종업원이 자유 의지로 입국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생긴 끝에 제기됐다.
앞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수용된 북한 식당 종업원 12명에 대해 인신보호법상 구제를 청구했다.
인신보호법에 따르면 본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해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법인·개인, 민간단체 등이 운영하는 의료·복지·수용·보호시설에 수용·보호 또는 감금된 사람은 법원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다.
수용자의 수용이 적법하지 않거나 사유가 사라졌는데도 계속 수용된 경우 구제 청구가 가능하다. 당사자나 가족, 법정대리인, 후견인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사람이 낼 수 있다.
앞서 민변은 북한 종업원들의 자발적 입국 여부를 둘러싼 의문을 해소해야 한다며 구제를 청구하는 한편 국가정보원에는 접견을 신청하고 직접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를 방문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한국에 들어온 만큼 접견은 불가능하다’며 민변의 요청을 거부했다.
민변은 이에 중국 칭화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라는 정모 교수를 통해 북한 가족들 위임장을 받아지난달 법원에 인신 구제를 청구했다.
법원은 일단 민변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판단하기 위해 이들이 법정에 나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국정원에 출석명령 소환장을 보낸 상태다.
하지만 국정원은 법원의 출석명령에 난색을 보이며 법정대리인들만 출석시킨다는 계획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20일 “본인들이 나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얼굴 공개 문제도 있고, 법정에서 자신들이 뭐라고 답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북한의 주장대로 납치된 것이라면 북송 절차를 밟아야 하는 문제가 생기고, 반대로 자진입국이라면 북한에 남은 가족들의 생사가 위험에 처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다는 것이다.
국정원 측은 센터에 수용된 탈북자가 인신 구제 청구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센터의 기능이 ‘탈북자 보호’인 만큼 청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보수 성향의 차기환 변호사도 “북한 이탈 주민 정착 지원법에 따라 국정원장이 임시 보호조치를 하고 있는데 이를 불법 감금이라면서 인신보호법을 적용하겠다는 자체가 부당하다”며 “국가기관의 행위를 범죄시하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 변호사는 “자유를 찾아 온 종업원들이나 북한에 남은 그 가족들의 인권은 하나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했다.
앞서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국가정보원 인권보호관인 박영식 변호사는 지난 5월19일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에 도착한 이들 가운데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민변의 접견신청후 국정원 요청으로 5월14일 북한 종업원 12명을 일대일로 개별 면담했고, 이 면담에서 종업원들이 모두 “민변과 접견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고 전했다.
박 변호사는 일각에서 나오는 일부 종업원의 ‘단식 농성설’ 등도 일축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이 청구를 받아들인 건 각하를 시키더라도 심사를 해보고 판단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며 “‘보호’라는 이름하에 의사에 어긋난 수용이 이뤄지는 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인신 구제 제도를 폭넓게 해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법원은 일단 한차례 심문기일을 열어 재판을 해보고 부족한 경우 추가 기일을 잡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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