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측 “학점 거품 걷어내기 위한 것”…교수들 “교과목 특성 무시한 것”
“열심히 수업 다 듣고 리포트도 제출한 학생인데 학점을 D나 F로 주려니 막막합니다”‘학점 인플레이션’은 대학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로 손꼽힌다. 세계 유수 명문대학들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런 고민 속에서 충북대가 올해 2학기 적용을 목표로 개정한 성적평가 방법과 등급비율 규정이 일부 교수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 대학은 지난 6월 22일 성적평가 방법과 등급비율 규정과 관련, 주요 내용을 개정했다.
그 내용을 보면 ‘성적평가Ⅰ’ 교과목의 경우 A 등급은 전체 수강인원의 30%를, A와 B 등급은 전체 수강인원의 70%를 넘어서는 안 된다.
A·B·C 등급을 합쳤을 때는 전체 수강인원의 90%가 제한선이다.
과거에는 4.5 만점 기준으로 수강 학생들의 평균 평점 가이드라인(3.0점 ±0.3점)만 준수하면 됐다.
변경된 규정으로는 하위 10%는 무조건 D나 F를 받는다.
일부 교수는 교과목의 특성을 무시한 것을 이번 개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한 교수는 “심화 과정 강의는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참여한다”며 “과제물, 발표 등에 있어 모든 학생이 열의를 보이는데 B나 C는 몰라도 D나 F를 주는 것은 비합리적이고 교육적이지 않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다른 교수는 “열심히 한 학생에게도 D나 F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학생들이 어려운 전공과목은 피하고 쉬운 수업만을 좇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며 걱정했다.
대학 측은 고질적인 ‘학점 거품’을 걷어내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학점 거품이 다른 대학보다 심한 것으로 나왔다”며 “이런 현상이 지속할 때 학교와 학생들의 발전을 위해 좋지 않다는 판단에서 새롭게 개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측은 교과목의 특수성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성적평가Ⅱ’에 포함된 강의의 경우 A 등급을 전체 수강인원의 35% 이내로 규정했을 뿐 나머지 등급은 담당교수가 마음대로 매길 수 있다.
성적평가Ⅱ 강의는 주로 교육과 학문분야 인증평가를 받는 교과목이나 외국어로 진행되는 교과목, 예체능 실기 교과목, 10명 미만의 수업 등의 특수한 강의다.
사범대 교육실습 과정이나 군사학 교과목, 간호학과 실습, 아동복지학과 보육실습 등도 절대평가가 인정된다.
학점 분포가 교육부의 대학구조 개혁 평가지표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 것도 충북대의 성적평가 개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충북대는 교수사회의 반발이 거세자 교수들이 타당한 내용의 사유서를 제출하면 일정 비율이 넘지 않는 한에서 학생들의 성적을 올려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이번 2학기로 한정한 것이어서 내년 1학기 성적평가 기간에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