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조사관 채용 ‘미달’ 사태…포스트 메르스 ‘삐걱’

역학조사관 채용 ‘미달’ 사태…포스트 메르스 ‘삐걱’

입력 2015-12-28 09:25
수정 2015-12-2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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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이상 의사 뽑는 ‘가급’ 공무원, 정원 못미쳐 재공고“2년 계약 공무원 굳이 안가”…“관련 전문가도 부족”

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의 후속 대책으로 의사 출신의 역학조사관을 모집하고 있지만 지원자가 모집 인원을 넘지 못하는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역학조사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자가 적은 것은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을 뽑는데다 대우도 병원 등 다른 곳에 비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지난 22일까지 ‘역학조사 담당 전문 임기제 공무원 경력 경쟁 채용’의 지원자를 접수한 결과, 모집 부문 중 6년 이상 경력 의사가 대상인 ‘가급’의 지원자가 모집 인원인 7명을 넘지 못했다고 28일 밝혔다.

통상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수료하면 5∼6년 정도의 경력이 생기는 점을 고려하면 모집 조건이 특별히 까다롭지는 않다. 보건복지부는 모집 공고를 내면서 역학조사 경험이나 관련 전공 등의 조건을 붙이지도 않았다.

상황은 다른 모집 분야인 ‘나급’이나 ‘다급’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복지부는 의사 자격증 소지 후 2년 이상 경력자, 간호학 박사학위자 등을 대상으로 한 ‘나급’ 18명과 보건학·수의학·약학 학위 소지자 중 관련 분야 경력이 있는 사람이 대상인 ‘다급’ 5명을 채용한다고 공고했다.

하지만 지원자는 1차 서류전형의 통과 기준선인 ‘3배수’에도 미치지 못했다. 나급과 다급을 합친 지원자수는 50명에 조금 부족했다.

보건복지부는 지원자가 미달된 가급에 대해 내년 1월4일까지 지원자를 추가로 받고 있지만 나·다급 채용은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메르스 사태 이후 역학조사관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진데다, 의학계에서도 역학조사와 관련 인력 양성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역학조사관 공모가 ‘흥행’에 실패한 것은 예상 밖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공모를 통해 채용할 공무원의 신분이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인 탓이 큰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당초 전문성을 갖춘 ‘정규직’ 역학조사관을 뽑겠다고 했지만, 계획을 바꿔 계약기간 2년 후 3년 연장이 가능한 ‘임기제 공무원’ 신분의 역학조사관을 모집한다고 공고를 냈다.

의료계에서는 계약직 역학조사관 채용이 역학조사 인력 강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 부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역학조사관은 34명으로, 이 중 정규직은 2명뿐이다. 능력 있는 역학조사관 확충은 포스트 메르스 대책의 핵심으로 주목을 받았다.

메르스 사태 당시 방역 대응에 참여한 전문가 A씨는 “전문의가 2년짜리 임기제에 굳이 갈 이유가 없다”며 “역학조사 경력이 계약 기간이 끝난 후 새로운 자리를 찾거나 진료를 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특히 그렇다”고 설명했다.

A씨는 “경력에 대한 평가나 보수 역시 낮은 편”이라며 “이런 식(계약직)의 채용이라면 의사 자신의 경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역학조사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국가가 정책적 지원을 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방의학을 전공한 B교수는 “감염병 대응을 위한 전문 인력 자체가 부족하다”며 “감염병 역학 조사는 질병을 아는 사람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역학, 특히 감염병 역학을 전공한 자는 매우 적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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