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 때 보다 힘들었는데…메르스 끝이 보이네요”

“연평도 포격 때 보다 힘들었는데…메르스 끝이 보이네요”

입력 2015-07-24 11:14
수정 2015-07-2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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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봉 인천시 보건정책과장, 메르스 청정지역 유지 공신연평도 포격 땐 옹진군 보건소장으로 의료 지원

5년 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때 전쟁터나 다름없던 현장으로 누구보다 먼저 달려간 이가 있다.

당시 옹진군 보건소장이던 심재봉(58) 인천시 보건정책과장은 연평도의 유일한 의료기관인 연평보건지소가 포격에 반파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공중보건의 4명과 함께 병원선을 타고 연평도로 향했다.

주민 1천400명에 대한 의료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지체할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포격 때문에 전기와 식수 공급이 끊긴 곳에서 비상식량으로 끼니를 때우고 제대로 씻지 못하는 날이 반복됐지만 공포에 휩싸인 주민들을 안정시키며 의료진의 진료를 지원했다.

1981년 보건직으로 공직에 입문한 지 34년, 말 그대로 산전수전을 겪은 심 과장이지만 이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는 과거 어떤 사안보다도 다루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연평도 포격 땐 제한된 공간에서 땀흘린 만큼 성과가 보였지만 메르스 사태는 보이지 않는 감염병의 확산을 막아야 했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죠.”

심 과장은 시 보건정책과장으로서 메르스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야전사령관 역할을 담당했다.

그는 인천 각 군·구의 유증상자와 관리 대상자의 모니터링 상황을 취합하고 방역대책을 총괄 지휘했다.

김포·부천·시흥 등 인천을 에워싼 인접도시에서 잇따라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탓에 메르스 감염을 막기 위한 사투가 연일 계속됐다.

시청 4층에 마련된 대책반 상황실에서 밤을 지새우며 쪽잠을 자는 날이 일쑤였다. 집에 간다 해도 오전 1∼2시에 퇴근했다가 오전 5∼6시에 출근하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지난달 17일 서구 모 병원 간호사가 1차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을 땐 메르스 감염이 인천까지 확산될 위기감이 높아졌다.

심 과장은 “간호사가 근무한 병원에 당시 290명이 입원해 있었고 접촉자만 960명이었다”며 “간호사가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는다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밖에 없어 초긴장 상태가 이어졌다”고 회고했다.

다행히 이 간호사가 최종적으로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인천은 메르스 청정지역을 유지할 수 있었다.

결국 인천에서는 메르스 확진환자가 1명도 발생하지 않은 채 사태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23일 0시를 기해 마지막 관리 대상자가 관리 대상에서 해제됨으로써 인천의 메르스 사태는 사실상 종식됐다.

”30여년간 공직생활 중 이번 메르스 사태가 가장 힘든 사안이긴 했지만 확진환자 없이 사태를 마무리할 수 있게 돼 다행이죠. 시의료원·인하대병원 등 의료진의 헌신적인 진료와 관계기관의 긴밀한 공조 덕분에 가능했던 일 같습니다.”

대책반 설치 후 두 달간 극도의 긴장 속에서 메르스 감염을 저지한 심 과장의 입가에 비로소 미소가 번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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