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앓으며 단둘이 살다 수 일간 연락 두절 자택서 동생 숨진 채 발견… 언니는 구조돼
단둘이 살아온 80대 자매가 연락이 두절된 지 수일 만에 한 명은 숨진 채, 다른 한 명은 전신쇠약 상태로 자택에서 발견됐다. 두 명 모두 치매를 앓았고 언니가 기초생활보장수급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관리가 여전히 허술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서울 강북경찰서는 구청 직원 및 소방관과 10일 오후 4시 20분쯤 수유동 빌라 3층 현관문을 뜯고 들어가 숨져 있는 동생 최모(83)씨와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탈진 상태인 언니 최모(87)씨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자매를 돌봐 왔다고 진술한 조카 길모(69·택시기사)씨가 “5일 전부터 할머니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구청에 신고를 함에 따라 집으로 찾아갔다. 평생 미혼으로 살아 가족이 없는 언니 최씨는 2년 전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신분이 됐다. 구청은 두 자매가 함께 살고 조카 등 가족과 정기적으로 연락이 닿는다는 이유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구청 직원과 소방관이 현관문을 따고 들어가자 안방 침대 위에 누운 상태로 있던 동생의 시신이 부패해 집 안 전체에 악취가 풍기는 상황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언니 최씨는 거실에서 기력 없이 누워 있었고 집 안에는 폐지를 비롯해 온갖 잡동사니가 널려 있어 폐가를 연상케 했다”고 말했다. 또 “동생은 고령에 기력이 없어 실내에서만 생활하다 질병사하고 언니는 치매 환자라 신고를 못 한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에 타살 혐의는 없다고 보지만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5-07-1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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