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구하자” 법정서 집단 위증… 그 사이 보스는 930억 추가 사기

“회장님 구하자” 법정서 집단 위증… 그 사이 보스는 930억 추가 사기

김양진 기자
입력 2015-06-16 23:50
수정 2015-06-2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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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사기로 재판 받던 다단계 회장 주범 정체 숨기려 간부 19명에게 사주

100억원대 불법 유사수신 행위의 공범 중 한 명으로 불구속 재판을 받던 다단계 업체 총괄회장이 집단 위증을 사주했다가 주범이라는 사실이 발각됐다. 재판을 받으면서도 930억원대의 추가 범행을 벌인 사실까지 드러났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금융하이마트’라는 불법 유사수신업체를 운영한 최모(52)씨는 “상장사 투자로 돈을 불려주겠다”고 사람들을 속여 2500여명에게서 109억원을 챙긴 혐의로 2013년 10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죄질이 나쁘다며 최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고 ‘바지 사장’인 김모(52)씨만 구속기소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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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자신이 총괄회장이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계략을 세웠다. 최측근인 업체 이사 우모(53)씨와 함께 충성심이 강한 간부급 직원을 골라 위증을 부추긴 것이다.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19명은 한결같이 “최씨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 모두 김씨가 벌인 일”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복역 중이던 김씨도 “내가 실제 운영주”라며 최씨를 비호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완벽한 증언’을 의심한 담당 검사가 반전을 일궈냈다. 최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메모리를 복구한 결과, 최씨를 모른다던 증인들이 너도나도 그에게 ‘충성 맹세’ 문자를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한 증인은 ‘고군분투하시는 회장님, 항상 존경합니다. 상무 진급 영광을 회장님께 돌리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기회로 삼겠습니다’는 내용을 전송하기도 했다. 일부에게는 위증 대가로 1000만원이 건네진 사실도 확인됐다. 증인들은 “최씨가 무사해야 사업도 성공하고 돈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최씨는 지난달까지 1년 7개월간 불필요한 증인 신청 등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며 사기 행각을 지속했다. 업체의 전국 지점은 10개에서 33개로 늘었다. 피해자는 6707명, 피해액은 930억여원에 달했다. 21억원을 뜯긴 피해자도 있었다. 최씨가 투자했다는 상장사 등은 실체가 없거나 폐업 직전 회사였다. 피해자들에게는 휴짓조각이나 다름없는 주식 교환증만 주어졌다.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부장 정진기)는 최씨를 체포해 구속하고 위증교사, 사기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위증에 가담한 19명도 구속 또는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겼다. 5명은 유사수신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달아난 1명은 기소중지했다. 검찰은 사기 금액 중 400억여원이 최씨 수중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또 범죄 수익 추징을 위해 최씨 소유 부동산을 가압류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2015-06-1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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