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무죄 판결로 35년만에 명예회복한 박영순씨
“시민 여러분, 계엄군이 오고 있으니 도청으로 와주십시오. 총을 소지하고 계신 분은 계엄군이 발포하기 전 총을 쏴서는 안 됩니다.”당시 여대생으로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1층 방송실에서 마지막 방송을 한 박영순(56·여)씨는 5일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감정이 복받칠만도 했지만 그는 35년전 처럼 차분했다.
박씨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 부화 수행이라는 생소한 죄목으로 검거돼 징역 1년을 확정받아 복역하다가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21살 여대생은 중년이 돼서야 재심을 청구했다. 박씨는 법정에서 “자녀들에게 더 떳떳하게 5·18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청구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박씨는 재판이 끝난 뒤 기자와 만나 “공직생활을 한 남편은 나 때문에 불이익을 겪기도 해 죄책감도 있었다”며 “무죄 판결을 받았으니 조금 더 떳떳하게 가족을 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35년만에 무죄 판결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그동안 간직한 고통을 덜 수 있게 됐다”고 홀가분해했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5·18 시민’에 대한 걱정도 그는 잊지 않았다.
박씨는 “아직도 무죄 판결을 받지 못하고 폭도로 몰린 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마지막 한명까지 누명을 쓰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5·18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다가 지난 5월에는 진실이 왜곡되는 현실이 안타까워 참석했다고 그는 전했다.
박씨는 “진실을 왜곡시키고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사익을 얻으려 해서는 안된다”며 “나를 포함한 광주시민이 그동안 받은 고통을 생각해서라도 왜곡·폄하행위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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