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장 주민, 안전대책·피해보상·야간사격 중지 요구
”언제 포탄이 날아올지 몰라 하늘만 쳐다보고 산다.”3일 오후 1시께 영평·승진사격장 대책위원회 회원들과 마을 주민들은 미8군 영평사격장(로드리게스 훈련장) 입구에서 집회를 열고 시위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미8군 로드리게스 훈련장(영평사격장) 입구에서 영평·승진사격장 대책위 회원들과 인근 마을 주민들이 안전 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사격장 너머 마을인 영북면에서만 총탄과 포탄이 떨어지는 사고가 세 차례 났다. 로드리게스 훈련장은 영중면 일대 약 1천322만㎡ 규모로 아시아에서 가장 큰 미군 실사격 훈련장이다. 사진은 훈련장 인근에서 주민들이 수거한 각종 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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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비탄은 총알이나 포탄이 바위나 단단한 물체에 맞고 엉뚱한 곳으로 튕겨나간 것을 말한다.
정종근 포천시의회 의장은 “반세기 이상 국가 안보라는 미명 하에 많은 고통을 참고 살아왔지만, 안전에 위협을 느끼면서까지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며 “정부의 특별 조치가 있을 때까지 특별 위원회를 운영하며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충식 대책위원장은 “포천 시민도 사람답게 살기 위해선 사격장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면서 “그렇지 못하다면 사격장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도비탄 사고 위험 등 사격장 인근 마을에 대한 안전대책 강구 ▲ 야간사격 중지 ▲ 도비탄 사고 및 소음, 분진 피해 보상 ▲대책 마련 때까지 사격 중단 등을 요구했다.
장동명 영북면 이장협의회장은 “국가안보 때문에 사격장을 없앨 수 없다면, 마을을 다른 안전한 곳으로 옮겨달라”면서 “아울라 지난 60여년 간 피해를 보며 참고 살아온 것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3월 28일 사고가 난 집에 계시던 어르신들이 부들부들 떨고 계시는 걸 병원으로 모셨다”면서 “이제 주민들은 훈련만 시작되면 하루하루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사격장 인근 마을 주민 600여 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그동안 간간이 항의집회가 있었으나 이번처럼 주변 마을 주민들이 대거 참여하고 강력한 항의 시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부분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로, 일부 주민은 미군 사격장 소음으로 인한 가축 유산에 항의하는 표시로 송아지 2마리를 데려오기도 했다.
창수면 이장 협의회 김민건 부위원장 등 대책위 관계자 3명이 삭발하고, 미사일 모양의 볏짚 단을 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이러한 주민들의 요구에 대해 군 관계자는 “도비탄 사고에 대해서는 현재 신속한 피해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군에서 노력하고 있고, 소음이나 분진 문제에 대해서는 민군 합동 조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28일 오후 포천시 영북면 야미리 김모(76)씨 집 지붕에 미군의 105㎜ 대전차 연습탄이 떨어졌다가 인근 밭으로 튕겨나갔다.
또 3월 22일에도 영북면 소회산리의 한 소나무밭에 미군 105㎜ 대전차 연습탄이 영평사격장에서 날아와 떨어졌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군 사격 훈련 중 영북면의 한 에어컨 설치업체 사무실에 천장을 뚫고 날아든 총알이 유리창을 관통해 바깥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영평사격장은 영중면 일대 약 1천352만㎡ 규모로, 아시아에서 가장 큰 미군 훈련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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