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전, 30년전 美서 사용중단한 부실자재 사용”

“한국 원전, 30년전 美서 사용중단한 부실자재 사용”

입력 2014-12-04 00:00
수정 2014-12-04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그린피스 “땜질 처방으로 위험천만 ‘누더기 원전’ 양산”한수원 “주요국 원전 67기에서 같은 재질 사용…교체작업 진행”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수십년 전부터 사용을 사실상 중단한 부실 원전 자재가 한국에서는 여전히 사용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서울사무소에서 ‘부실자재 인코넬(Inconel) 600과 위험한 한국 원전’이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40년 전 인코넬 600이라는 합금소재의 내구성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한국은 오히려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인코넬 600은 니켈·크롬·철로 구성된 합금소재로, 원전 핵심설비인 증기발생기와 원자로헤드 등에 사용된다. 특히 증기 발생기 내부에는 인코넬 600으로 제조된 전열관(열교환기 역할) 수천여개가 존재한다.

문제는 이 전열관이 부식·균열되면 방사능에 오염된 냉각수가 누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전열관 여러 개가 동시에 파열되면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사태처럼 핵연료봉이 녹는 대규모 재난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그린피스는 주장했다.

실제로 1970년대 중반부터 인코넬 600은 내구성에 심각한 문제 제기돼 미국에서는 1989년부터 인코넬 690을 대신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그린피스는 전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2014년 현재 한국에서 인코넬 600 소재를 사용 중인 원전은 총 14기로, 이 가운데 한빛 3∼6호기, 한울 3·4호기 등 총 6기에서 이미 균열이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냉각수 유출로 원자로 가동이 중단된 한빛 3호기를 포함해 모두 12차례 인코넬 600과 관련해 사고 및 고장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최악의 사고’로 기록된 2002년 한울 4호기 사고의 경우 당시 인코넬 600 소재가 사용된 증기발생기 세관이 파열돼 45t 상당의 방사능 냉각수가 누출돼 백색비상이 발령되기도 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선임캠페이너는 “대규모 원전 운영국인 미국과 프랑스는 30여년 전부터 인코넬 600으로 된 부분을 대부분 교체하거나 원전 자체를 아예 폐쇄한 상태”라며 “하지만 한국은 땜질을 늘리는 식의 미봉책으로, 위험천만의 ‘누더기 원전’을 양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각각 1만6천여개의 전열관 중 2천여개에 달하는 전열관에 문제 생긴데다 원자로헤드 균열까지 진행 중인 한빛 3·4호기부터 즉시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린피스는 한국수력원자력에 인코넬 600의 사용실태를 전면조사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온·오프라인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한빛 3·4호기 가동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이메일보내기 캠페인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인코넬 600의 경우 1990년도 초까지 국내·외 원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던 재질이었지만 운전년수가 지나면서 재질의 특성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며 “지금도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 원전국의 가동 원전 67기에서 이 재질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10월 발생한 한빛 3호기 사고는 전열관 재질의 균열 때문이 아닌 이물질로 인해 전열관 마모가 발생한 것”이라며 “전열관 여러 개가 동시에 파열되더라도 방사능 유출이 감지돼 즉각 발전소가 정지되기 때문에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그린피스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한수원은 그러면서도 “인코넬 600이 사용된 국내 원전 14기 중 5기(고리 1호기, 한울1∼4호기)의 증기발생기와 고리 1호기의 원자로헤드를 이미 교체했다”며 “한빛3·4호기의 증기발생기·원자로헤드, 고리 2호기의 원자로헤드를 각각 교체 중이거나 교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