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옥살이에 파킨슨병…37년 만에 ‘무죄’

억울한 옥살이에 파킨슨병…37년 만에 ‘무죄’

입력 2013-08-19 00:00
수정 2013-08-1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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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9호’ 위반 70대…재판부 “가슴 아프다”

유신시절 수업 도중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가 실형을 선고받은 전직 중학교 교사가 37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9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윤강열)는 대통령 긴급조치 9호와 반공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1976년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은 김모(77)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경기도 안성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던 김씨는 1976년 2월 수업 도중 “정부가 걷은 방위성금 150억원 가운데 절반이 국방과 상관없는 엉뚱한데 쓰였고 가구당 500원씩 내는 적십자회비도 마찬가지라서 낼 필요 없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가 북한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는 이유는 북한보다 경제성장률이 낮기 때문이며 우리가 보유한 팬텀기 4대로는 북한의 미그기 500대를 당해낼 수 없다”고도 했다.

김씨가 학생들에게 말한 내용이 알려지자 검찰은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반국가 단체인 북괴의 활동을 고무·찬양해 긴급조치 9호와 반공법을 어겼다며 김씨를 기소했다.

1심과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김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아 교사직을 잃고 대전교도소에서 2년을 복역했다.

출소 이후 정신적 충격으로 언어장애를 겪게 돼 아내가 임시직을 전전하며 벌어오는 돈으로 생계를 유지한 김씨는 교도소 복역 등에 의한 후유증으로 2003년 파킨슨병 판정까지 받았다.

병으로 고통받던 김씨는 올해 4월 대법원이 ‘긴급조치 9호의 위헌 결정’을 선언하자 재심 청구를 결심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났으므로 이를 위반했다고 해서 국민을 처벌할 수 없고 피고인이 북괴를 이롭게 한다는 인식을 갖고 문제가 된 발언을 했다고 볼 수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부당하게 유죄 판결을 받아 신체의 자유가 훼손되고 천직인 교사직을 잃은 뒤 37년이 지나서야 무죄 선고된 것에 대해 가슴이 아프다”며 “조금이라도 명예가 회복되길 바란다”고 사과와 존경의 뜻을 전했다.

거동과 의사소통이 불편한 김씨는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그동안 너무 힘들었지만 죽기 전에 억울함을 풀게 돼 다행”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1975년 5월 선포된 긴급조치 9호는 집회·시위 등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위반자는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도록 해 정권이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는 도구로 사용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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