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이름으로 무대에’

‘아들의 이름으로 무대에’

입력 2011-05-07 00:00
수정 2011-05-07 00:3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지진 때 숨진 아들 대신 아버지가 연극 공연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사는 한 아버지가 지진으로 숨진 아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들 대신 연극 무대에 올라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미지 확대


보도에 따르면 크라이스트처치 시내 고등학교에서 막이 오른 레퍼토리 극단의 햄릿 공연에 로버트 길버트(오른쪽)가 레어테스 역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그 역할은 원래 그의 아들인 제이미 길버트(왼쪽)의 몫이었다. 제이미는 지난 2월 22일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을 강타한 지진 당시 누나와 함께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려 숨졌다. 평소 아들의 꿈을 잘 알고 있던 아버지는 아들의 장례식을 치르고 난 뒤 극단의 예술감독을 만나 자신이 아들의 역을 대신 맡아 무대에 서겠다고 제안했다.

아버지 길버트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 같은 순간은 아니었다.”면서 “나는 아주 큰 어려움만 없으면 연극이 예정대로 공연되는 것을 아들이 무척 원한다는 것을 마음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진정으로 연극을 사랑하는 청년이었다고 덧붙였다.

아버지 길버트는 첫 공연을 위해 무대에 오르기 직전 “아들을 자랑스럽게 해 줘야 하기 때문에 무척이나 떨린다.”면서 “아들이 나보다 연기를 훨씬 잘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무엇보다 커다란 책임감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출연진 중에는 지진으로 집을 잃은 사람도 있고 가족을 잃은 사람도 있지만 많은 어려움을 딛고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가지 감회가 엇갈리는 밤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연극이 끝날 때까지는 절대 눈물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레퍼토리 극단은 지난해 9월 4일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발생한 첫 번째 강진으로 연습장이 폐쇄되면서 그동안 한 타이어 창고에서 연극 준비를 해 왔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2011-05-07 2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1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