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주민 ‘심리적 공황장애’ 호소

연평도 주민 ‘심리적 공황장애’ 호소

입력 2010-11-29 00:00
수정 2010-11-2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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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포탄이 터졌을 때는 가족이 생각났습니다.그러나 다시 포격이 시작됐을 때는 저밖에 생각나지 않더군요.이런 제가 너무 무기력하게 느껴집니다.”

북한의 포격으로 생명과 삶의 터전을 위협받은 연평도 주민들이 심각한 심리적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방재청은 27,28일 연평도 주민 52명을 상대로 심리상담을 한 결과 상당수 주민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29일 밝혔다.

 소방방재청은 연평도 포격 직후 한국재난안전네트워크,한국EAP협회 등과 함께 소방방재청 예방안전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합동심리상담지원반’을 구성했다.

 6명의 심리상담전문가와 자원봉사자,공무원 등 10명으로 구성된 심리상담팀은 27일부터 주민들의 임시거처인 인천 인스파월드에서 상담하고 있다.

 상담 결과 많은 주민이 가슴 두근거림,현기증 등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증세를 보였다.

 한 주민은 갑작스러운 폭격을 피해 허겁지겁 달아나며 공포에 떤 기억 탓에 무기력증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1차 폭격 때는 우리 군의 오발사고인 줄 알고 가족의 안전을 생각하며 정신을 차렸지만,연평도에 떨어진 포탄이 북한군의 것임을 알게 되고 나서 2차 폭격이 시작되자 미처 가족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황급히 대피소로 도망쳐야 했다는 것이다.

 상담을 받은 한 가족의 경우 할아버지는 말을 잃고 헛웃음만 계속 웃었고 며느리는 식욕저하와 두통,위염 등 스트레스 증세를 보이면서 “연평도에 돌아가기 싫다”라며 극도의 공포감을 드러냈으며,남편은 조그만 것에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나타냈다고 한다.

 또 다른 주민은 심리적 공황 때문인지 공복감을 호소했고 조그만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신경쇠약 증세를 보였다고 보고됐다.

 소방방재청은 어린이들에게 독서·미술 치료를 해 주고자 인스파월드에 별도 공간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어린이들도 폭격의 충격으로 잠을 잘 이루지 못하거나 다리를 떨고 조그만 소리에도 깜짝 놀라는 등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소방방재청이 전했다.

 소방방재청은 인천시의 협조를 얻어 이날 중 이동 독서차량을 지원받아 어린이의 독서 치료에 활용할 계획이다.

 김영철 소방방재청 예방전략과장은 “지금은 급한 대로 임시거처에서 심리 상담을 하고 있지만,현재 여건으로는 많은 주민에게 제대로 된 상담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인천시와 함께 심리상담을 위한 별도 공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은 연평도 주민뿐만 아니라 피해 현장에서 수습·복구지원 활동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공무원과 소방관,의료요원에게도 심리 상담을 확대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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