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도 생략한 만남…김정은 ‘文의 북·미 중재’ 절실했다

형식도 생략한 만남…김정은 ‘文의 북·미 중재’ 절실했다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18-05-27 22:24
수정 2018-05-27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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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만에 파격회담 배경

사전 의제 조율도 의전도 안 따져
金 꼬인 비핵화 대화 해소 의지
시진핑 만난 뒤 트럼프 심기 불편
北, 中 중재에 기댈 수 없는 처지
文, 金의 바람대로 트럼프에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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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박수 치며 지켜보는 가운데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판문점 조선중앙통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박수 치며 지켜보는 가운데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판문점 조선중앙통신
“일체의 형식 없이 만나자.”

위태로웠던 북·미 정상회담에 동력을 제공한 26일 남북 정상회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 위원장과의 두 번째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며 “김 위원장이 그제(25일) 오후 일체의 형식 없이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 왔고, 저는 흔쾌히 수락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회담 취소를 통보한 다음날 서둘러 문 대통령에게 대화 의사를 타진한 것이다.

복잡한 사전 의제 조율과 의전을 따지지 않고 속전속결로 만나 교착상태에 놓인 비핵화 대화 국면을 풀어 보겠다는 김 위원장의 강력한 의지가 이례적인 파격 행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만큼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에 건 기대와 간절함이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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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에 남긴 염원
방명록에 남긴 염원 문 대통령이 방명록에 남긴 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라고 적혀 있다.
청와대 제공·판문점 조선중앙통신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당 중앙 군사위원회를 열어 국방 정책을 바꿨으며 원산 갈마관광지구를 국제적인 관광단지로 조성하고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전략적 변화를 시작했는데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자 상당히 당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한국과의 고위급회담 개최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문재인 정부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미국도 북한을 신뢰하기 어렵다”면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더라도 이후 정부의 적극적 지원 없이는 대외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 판단해 서둘러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기댈 곳은 결국 미국과 돈독한 신뢰 관계를 구축한 문 대통령의 중재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포커 플레이어(도박사)’라고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터라 중국에 중재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형편이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전달했다. 김 위원장의 바람대로 사실상 남·북·미 3각 간접대화가 이뤄지며 협의를 다시 시작할 단초가 마련됐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은) 조·미 관계 개선과 조선(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앞으로도 적극 협력해 나가자고 했다”면서 “이번 상봉은 북·남 관계 발전의 새로운 장을 열어 놓은 또 하나의 역사적 계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2018-05-2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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