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비핵화회담 전후 비난 자제 뚜렷
이명박 대통령의 실명까지 거론하는 북한의 대남비난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이뤄진 남북 비핵화 회담을 전후로 현저히 줄어드는 양상이다.특히 5월10일 대통령 실명이 들어간 기사를 보도하기 시작한 지 87일만인 이달 5일부터 3일 연속 실명보도를 하지 않아 최근 조성된 ‘대화국면’을 의식한 조치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7일 연합뉴스가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 5대 매체의 5∼8월 기사를 비교분석한 결과, 이들 매체는 5월11일부터 이달 5일까지 총 1천70건에 달하는 이 대통령 실명 비난기사를 내보낸 것으로 집계됐다.
5월11일은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한다면 내년 3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2차 핵 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제안이 나온 직후로, 당시 북한은 대남비난 수위를 한껏 높였다.
대통령 실명 비난기사는 5월11일 6건에서 22일 14건, 31일 15건 등으로 늘어나 5월 중하순(11∼31일)에 하루 평균 7.3건을 기록했다.
북한은 특히 6월1일 남북 간 비밀접촉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면서 ‘이명박 역도’ 등 거친 표현이 들어간 비난을 집중적으로 쏟아냈다.
국내 일부 예비군 훈련장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의 사진을 사격표적지로 사용한 것도 대통령 비난기사의 주소재로 활용됐다.
6월1일 18건으로 시작된 관련 기사는 5일 35건, 6일 27건, 8일 25건, 9일 23건, 15일 24건, 26일 20건, 28일 24건, 30일 20건 등으로 6월에만 총 504건을 쏟아내 하루 평균 16.8건을 기록했다.
북한은 7월 들어서도 남한의 일부 전방부대가 훈련을 위해 호전적인 구호를 내건 것을 ‘선전포고’로 규정하며 이 대통령 실명 비난을 이어갔다.
관련 기사는 1일 21건, 2일 20건, 3일 23건, 4일 25건, 12일 24건 등으로 7월1∼23일 총 352건(일평균 15.3건)을 기록했다.
그러나 비핵화 회담 등 ‘발리 접촉’이 이뤄진 7월24일을 전후로 북한의 대남비난 양상이 바뀌는 분위기다.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6일까지 대통령 실명이 거론된 대남비난 기사는 총 59건으로 하루 평균 4.21건 수준이었고 8월 들어서는 1일 8건, 2일 2건, 3일 1건, 4일 4건, 5∼7일(7일은 오후 5시 현재) 0건 등이었다.
북한 매체들이 대통령 실명 비난기사를 한 건도 다루지 않은 것은 5월10일 이후 처음이다. 이들 매체는 대신 ‘남조선 당국자’, ‘현 정부’, ‘현 당국’, ‘남조선집권세력’, ‘괴뢰당국’, ‘반통일세력’ 등의 비교적 완화된 수위의 표현을 사용했다.
현 정부 들어 대북지원을 줄이자 강도 높은 비난기사를 쏟아낸 북한은 대화국면에 들어갈 때는 거친 표현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북측이 먼저 대화카드를 내밀었던 올해 1∼3월에는 이 대통령 실명 비난기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 당국자는 “조선중앙·평양방송만 볼 때 하루 평균 8회 수준을 유지하던 대통령 실명 비난 횟수가 지난달 18일을 기점으로 3.5회 정도로 줄었다”며 “그러나 어떤 기사에서는 실명 비난 횟수가 여전히 많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의 정확한 속내를 알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대남비난 수위를 낮춘 것은 확실해보인다”며 “현재 발리발 훈풍 이후의 대화국면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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