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기’어린 대통령 대국민담화 발표 막전막후

‘결기’어린 대통령 대국민담화 발표 막전막후

입력 2010-11-29 00:00
수정 2010-11-29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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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한미연합훈련 실시…긴장감 도는 접경지역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엿새만인 29일 국민 앞에 직접 나서 정부의 입장과 향후 대응 방안을 밝혔다.

오전 10시 발표한 ‘연평도 포격에 대한 대국민담화’를 통해서다.

감색 정장에 파란색 넥타이 차림의 이 대통령은 시종 결기 어린 표정과 어조로 담화문을 발표한 뒤 아무런 ‘퍼포먼스’ 없이 회견장을 걸어나갔다.

당초 다소 길 것으로 예상됐던 담화는 7분 정도 분량으로 간결했고 파격적인 메시지도 없었다. 이 대통령은 간결하고 진솔한 메시지가 국민의 이해를 얻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담화에서 이번 도발로 민간인까지 생명과 재산상 피해를 본 데 대해 국가 지도자이자 국군통수권자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참으로 안타깝고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사실상 사과에 가까운 표현까지 썼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오늘 담화는 대국민사과는 아니고 희생자 발생으로 국민의 불만이 있는데 대해 공감하고 책임을 느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번 포격으로 인한 순국 장병과 민간인 희생자들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빌며 유가족을 위로하는 한편,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했다.

이번 대국민담화는 연평도 포격 도발 이틀 뒤인 지난 25일부터 참모진들의 건의로 검토되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도발 초기 대응 과정에서 군의 혼선, 대통령의 초기 메시지를 둘러싼 논란 등이 계속되자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필요성도 제기되면서 지난 26일 대국민담화 계획이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과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비롯한 핵심 참모들은 이후 여러 차례 독회를 하면서 문구를 가다듬었고, 이날 아침까지도 제목, 부제, 핵심 문장 등을 수정했다.

그래서 담화 시작 30분 전에야 문구가 최종 확정되는 등 마지막 순간까지 퇴고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담화문 작성을 놓고 오랜 시간 조율을 거듭한 것은 담화문의 콘셉트를 놓고 참모들간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당초 외교안보수석실은 대통령의 뜻을 최대한 진솔하게 전달한다는 차원에서 메시지를 간결화한 7분 정도 분량의 초안을 올렸으나 연설문 작성을 담당하는 참모들은 감성적 표현으로 살을 붙여 15분 가량의 특별담화문 형식을 취하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대통령이 막판 고심 끝에 외교수석실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면서 담화문의 분량은 7분 정도로 확정됐고, 담화의 명칭도 ‘진솔.간결’의 콘셉트에 따라 ‘특별 대국민담화’에서 ‘특별’자를 뺀 ‘대국민담화’로 평이하게 결정됐다고 한다.

지난 5월24일 ‘천안함 담화’와 비교하면 실제로 이번 담화는 간결하고 냉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천안함 담화의 경우 발표 장소를 역사적 의미가 큰 용산 전쟁기념관으로 잡았지만 이번 연평도 담화는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장에서 평소 기자회견 때와 큰 차이없이 진행됐다.

또 천안함 담화 때는 이 대통령의 표현과 동작 등이 상당히 감성적이었고 소요 시간도 10분으로 이번보다 3분 정도 더 길었으며, 발표 직후에는 전쟁기념관 내 새로 마련된 ‘천안함 46용사 명비’ 앞에서 묵념을 하는 등 ‘퍼포먼스’도 가미됐었다.

내용면에서 천안함 담화는 북한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등의 요구를 포함했지만, 연평도 담화는 직접적으로 사과나 재발 방지 등을 촉구하지 않았다.

이는 북한이 합리적인 시스템이 작용하는 정상적 국가가 아니라는 인식에 따라 공식 요구 대신 ‘응분의 대가’를 경고하는 게 더욱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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