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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과학자가 중심이 된 연구팀이 스트레스가 수면 질을 악화하고 기억력 손상에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관련 신경 경로를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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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는 정신 건강 관련 용어 중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단어 중 하나다. 힘든 일이나 짜증 나는 일이 있으면 ‘아 씨, 스트레스받네’라고 내뱉는 경우도 흔하다. 스트레스는 ‘팽팽하게 당긴다’는 뜻의 라틴어 ‘스트린제레’(stringere)에서 유래한 것으로, 어떤 물체에 가해지는 외부의 힘을 가리키는 물리학 용어로 처음 쓰였다. 이후 생물학에서 생명체에 가해지는 외적 자극이라는 개념으로 확장돼 쓰이기 시작했다. 의학적으로는 스트레스는 외부 자극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행동적 반응이다. 일시적이거나 적당하면 문제가 없지만 지속되거나 과도하면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시간 생물학(Chronobiology) 및 수면 연구소, 약리학과, 캘리포니아 어바인대(UC 어바인) 생리학 및 생물물리학과 공동 연구팀은 스트레스가 수면의 질을 악화하고 기억력 손장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새로운 신경 경로를 발견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신경학’ 6월 9일 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생쥐에게 이전 연구들에서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시상하부 실방핵(PVN)에 있는 뉴런을 인위적으로 활성화한 뒤 수면 상태와 기억 관련 과제 수행 능력을 측정했다. 또, 생쥐에게 외부 스트레스를 주고 PVN 뉴런을 억제한 뒤 상태를 관찰했다.
그 결과, PVN이 활성화되면 수면 질이 악화하고 기억력 관련 과제 수행에 실패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반면, 외부 스트레스를 준 다음 PVN 뉴런을 억제했을 때는 스트레스 관련 단기 기억 문제는 줄고, 수면 상태도 개선되는 것이 확인됐다.
스트레스와 기억, 수면에 관여하는 신경 경로를 추적한 결과, 연구팀은 스트레스와 PVN 뉴런의 인위적 활성화가 각각 별도로 다른 뇌 영역인 측면 시상하부(LH)를 표적으로 한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이는 PVN과 LH로 이어지는 신경 경로가 스트레스 관련 기억 손상과 수면 장애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를 이끈 정신재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신경과학)는 “이번 연구로 밝혀진 신경 경로는 특히 수컷 생쥐에게서 강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신경 경로를 통해 적어도 수컷에서 스트레스 관련 장애와 수면, 인지기능 저하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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