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잣집에 사는 독립운동가 후손의 삶… 더는 외면하지 말아야”

“판잣집에 사는 독립운동가 후손의 삶… 더는 외면하지 말아야”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5-05-14 18:05
수정 2025-05-1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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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 인터뷰

독립유공자 후손 3.4% 주거 열악
생계 포기하고 고된 독립운동 삶
지금까지 후손에게 상처로 남아
사회 위해 희생한 소방관·경찰도
후손들 잘살 수 있도록 지원 필요
심리 상담·일상 회복 끝까지 책임
누구나 진료센터·다같이 학교 등
올해 창립 120주년 맞아 더 확대
한국 세계서 최상위 기여국 인정
“120년 동안 어려운 이웃을 도와 온 대한적십자사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지원합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적십자사는 독립운동가 후손 돕기 캠페인에 한창이다. ‘건강한 사회는 그 사회를 위해 희생한 분들이 어떤 대우을 받는가에 따라 결정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가져 왔다는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최근 한 후손의 사연을 듣고 “더는 미룰 수 없다”며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광복 80주년과 대한적십자사 창립 120주년을 계기로 14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서울본부에서 김 회장과 만나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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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14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서울본부에서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17일 열리는 ‘2025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 공식 파트너사로 참여한 것과 관련해 “독립의 역사를 지닌 두 기관이 함께하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젊은 세대가 우리의 지난 역사를 더 잘 기억하고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도준석 전문기자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14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서울본부에서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17일 열리는 ‘2025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 공식 파트너사로 참여한 것과 관련해 “독립의 역사를 지닌 두 기관이 함께하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젊은 세대가 우리의 지난 역사를 더 잘 기억하고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도준석 전문기자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 가장 절실한 도움이 뭔가.

“안정적인 주거 공간과 기본적인 생계비가 가장 시급하다. 2021년 ‘국가보훈대상자 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독립유공자 후손 447명 중 15명(3.4%)이 여전히 비닐하우스와 판잣집, 비거주용 건물 등 불안정한 주거 환경에서 생활한다. 선대 독립운동가들이 생계를 포기하고 감시를 피해 숱하게 거처를 옮겨야 했던 삶의 흔적이 지금까지도 가족과 후손들에게 깊은 상처로 남은 게 안타깝다.”

-캠페인 차원에서 오는 17일 열리는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에도 동참하는데.

“대한적십자사는 1905년 고종 황제 칙령으로 창립된 뒤 일제에 의해 폐지됐다가 상해임시정부에서 재조직돼 독립군을 지원하는 등 여러 활동을 통해 독립에 힘썼다. 국채보상운동으로 구국운동의 선봉에서 활동하며 독립자존을 일깨운 대한매일신보를 잇는 서울신문과 함께하면 더욱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마라톤과 러닝이 인기라고 하니 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참여하는 축제 같은 마라톤 대회를 통해 젊은 세대가 우리의 지난 역사를 더 잘 기억하고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캠페인의 목표는.

“우선 암 투병을 하고 있기도 한 양옥모(82) 할머니의 의료비와 생계비를 지원하고 다른 취약계층 후손들의 안정된 생활을 도울 계획이다. 양 할머니는 3대가 독립운동에 투신한 집안의 후손인데 기초생활수급비 등으로 살면서 꾸준히 기부를 실천하는 적십자 봉사원이다. 무엇보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독립운동가 후손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싶다. 또 독립운동가뿐 아니라 나라와 사회를 위해 희생하신 모든 분들, 소방관, 경찰, 군인, 순직하신 분들의 후손 역시 잘살 수 있도록 사회가 지원해야 한다.”

-지난 3월 영남 산불 현장에서의 적십자 활동도 돋보였다.

“적십자사가 법으로 정해진 재난관리책임기관이자 구호 지원기관이니 재난이 발생하면 소방관 다음으로 빠르게 현장에 도착해 돕고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심리상담 지원까지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책임지고 지원한다. 지난 3월 산불 때는 적십자사 직원과 봉사원 4300명이 11만명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옷과 이불, 생필품 등 12만점의 구호물자를 지원했다.”

-후원의 손길은 얼마나 모였나.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후원금이 적십자사에 530억원 모였다. 국민들이 함께 위기의식을 느끼고 도와야 한다는 마음을 보내주셔서 고맙다. 후원금은 산불 피해 이재민 지원, 재난 대비 물자 제작 등에 쓰인다.”

-다양한 맞춤형 지원도 하는데.

“2023년 8월 회장으로 취임하고 새롭게 벌인 일들이 있다. 우선 지난해 외국인 노동자나 의료 접근이 어려운 도서 지역의 주민 등을 무료로 진료하는 ‘누구나 진료센터’를 인천적십자병원에서 시작해 경남 통영, 경북 상주 등으로 넓혀 가고 있다. 전국 7개 적십자병원에 센터를 두고 말 그대로 누구나 부담 없이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저출산 고령화, 다문화 등 사회 변화에 대한 대응을 강조했는데.

“이른둥이 지원, 출산용품·위생용품 지원 등을 해 왔다. 지난해부터 전국에서 활동하는 13만여명의 적십자 봉사원들에게 모두 ‘치매파트너’ 기본교육을 이수하게 해 치매 예방에 보탬이 되도록 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해 서울 양천구 적십자봉사관에 ‘다같이 학교’를 열어 한글은 물론 한국의 예절이나 법률 등 생활에 필요한 정보들을 가르쳐 주고 있다. 졸업생들이 봉사원을 조직해서 자발적인 봉사활동에도 나서고 있어 뿌듯하다.

-심리 지원은 왜 필요한가.

“우리나라 자살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1위다. 자살률을 낮추는 게 시급한데 자살하는 사람의 90%가 사전에 신호를 보내도 이를 사회가 못 알아차린다고 한다. 전국에 1만 3000여명의 심리상담사들을 배치해 정신건강 위기에 놓인 이웃을 돕는 자살 예방사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광복 80주년이자 창사 120주년을 맞아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어려움에 놓였던 한국이 다양하고 많은 해외원조 활동으로 어느덧 적십자 회원 191개국 중 최상위 기여국으로 인정받게 됐다. 간호단을 꾸리고 독립군 활동을 지원하는 등 나라를 찾기 위해 애썼던 적십자사의 정신을 되새겨 모두가 더욱 건강한 사회와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을 모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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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 독립운동가 후손 돕기 캠페인 접속 QR코드
대한적십자사 독립운동가 후손 돕기 캠페인 접속 QR코드


※대한적십자사는 독립운동가 후손을 지원하는 기부 캠페인(대한적십자사 홈페이지 참조)을 펼치고 있습니다. 모금액은 기부금품법에 의해 관리되며, 사용 내역은 대한적십자사 기부금품 모집 및 지출명세를 통해 공개됩니다. ▶후원하기-계좌 : 기업은행, 148-013356-01-151, 대한적십자사
2025-05-1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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