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세계를 통해 그린 현대사회의 모순과 그늘

가상의 세계를 통해 그린 현대사회의 모순과 그늘

입력 2013-08-02 00:00
수정 2013-08-0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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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걸작만화 ‘하비비’·‘설국열차’ 국내 출간

은유와 상징, 철학적 통찰로 창조한 가상의 세계를 통해 현대 사회의 모순과 그늘을 그려낸 해외 걸작 만화 2권이 잇따라 국내 출간됐다.


미국 작가 크레이그 톰슨의 신작 ‘하비비’(왼쪽·미메시스)는 672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과 화려하게 펼쳐지는 아랍어 장식 서체 등 첫 장부터 세밀하게 공들인 이미지가 먼저 독자의 시선을 압도한다. ‘하비비’는 아랍어로 ‘내 사랑’이란 뜻. 이야기는 중년의 남자에게 팔려간 12세 소녀 도돌라와 노예 시장에서 만난 3세 남자아이 잠이 겪는 운명을 다뤘다. 노예 시장을 탈출한 둘은 남매처럼 의지하며 역경과 싸우지만 어쩔 수 없이 헤어졌다가 운명적으로 재회하게 된다.

15년에 걸친 이들의 이야기는 이슬람 경전인 코란과 기독교의 성경에 담긴 여러 일화들과 연결되면서 풍부한 상징성을 획득한다.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간극, 산업화가 야기한 폭력성 등이 시공을 넘나들며 몽환적으로 펼쳐진다. 크레이그 톰슨은 7년 만에 내놓은 이 책으로 2011년 아마존 선정 ‘최고의 책 100권’, 2012년 미국 최고 권위의 만화상인 아이스너상 ‘최고의 작가’ 등 굵직한 상을 휩쓸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의 원작 만화(오른쪽·바른손·세미콜론)도 영화 개봉과 동시에 재출간됐다. 2004년 첫 국내 출간 이후 9년 만이다. 동서 냉전시기, 기후 재앙으로 인한 동토의 설국을 달리는 열차 안에서 마지막 생존자들이 벌이는 처절한 투쟁을 그린 이 작품은 디스토피아적 공상과학만화의 걸작으로 꼽힌다.

1970년대부터 시나리오 작가 자크 로브와 화가 알렉시스의 구상으로 시작된 ‘설국열차’는 알렉시스의 사망으로 장마르크 로셰트가 프로젝트에 합류해 1984년 1권이 출간됐다. 이후 자크 로브가 세상을 떠나면서 뱅자맹 르그랑이 가세해 1999년 2권, 2000년 3권으로 완결됐다. 무려 30년이 흘렀지만 ‘설국열차’가 가상의 계급사회를 통해 제시한 경고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일독할 만하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2013-08-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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