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노년의 유연함을 노래하네

이젠 노년의 유연함을 노래하네

입력 2013-02-06 00:00
수정 2013-02-06 00:0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황동규 시인 열다섯 번째 시집 ‘사는 기쁨’

‘즐거운 편지’의 작가인 시인 황동규(75)가 열다섯 번째 시집 ‘사는 기쁨’을 내놓았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사소한 일일 것이나(중략)’라며 사랑을 노래하던 시인은 이제 ‘(중략)매에 가로채인 토끼가 소리 없이 세상과 결별하는 풀밭처럼/ 아니면 모르는 새 말라버린 춘란 비워낸 화분처럼/ 마냥 허허로울까?/ 아니면 한동안 같이 살던 짐승 막 뜬 자리처럼/ 얼마 동안 가까운 이들의 마음에/ 무중력 냄새로 떠돌게 될까?/(중략)’이라며 노년을 노래한다.

요즘은 10대만 되어도 사는 일이 즐겁거나 기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아는데, ‘종심’(從心)을 넘어선 작가는 공자의 말씀대로 ‘마침내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따라 해도 법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경지에 이르른 것일까.

물리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 ‘장기 기증’을 의뢰받는 전화 통화에 ‘아직 상상력 난폭하게 굴리는 고물차 다 된 뇌나 건질 만할까’라는 시인의 대응에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늙고 병든다는 의미는 10대나 20대, 30대가 수천 번의 역지사지를 해도 알아낼 수 없는 비밀에 속한다. 육체가 곡사포처럼 하늘 높이 올라가 정점을 찍을 때 누가, 하강의 슬픔을 알까.

홍정선 평론가는 이 시집을 두고 ‘시인이 정점을 찍은 것인지 종점을 찍은 것인지’ 묻고 있다. 시어가 여전히 날생선처럼 퍼덕이는데, 행간에서 버석거리는 느낌이 나는 것은 사유의 깊이 탓이려나.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2013-02-06 2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