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 비싼 커피값… 재배농민은 왜 가난할까

엄청 비싼 커피값… 재배농민은 왜 가난할까

입력 2011-08-06 00:00
수정 2011-08-06 00:1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커피밭 사람들】임수진 지음 그린비 펴냄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요즘 커피값을 보며 누구나 한번쯤 생각하거나, 내뱉는 말이다. 점심값 1만원 시대가 되면서 다소 수정할 필요가 생기긴 했어도, 커피값이 예전에 비해 엄청나게 비싼 건 사실이다. 이 대목에서 퍼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커피를 재배하는 농민들은 얼마나 큰 부자가 됐을까. 그들이 흘린 땀방울은 모두 고스란히 돈으로 변해 곳간을 풍성하게 채우고 있겠지.

하지만 누구나 직감적으로 절대 그렇지 않을 거란 걸 안다. 도시에서는 채소값 폭등이 단골 뉴스가 되는데도, 벼락부자가 됐다는 농민 얘기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게 우리가 여태 질리도록 봐온 ‘유통의 현실’이다.

‘커피밭 사람들’(임수진 지음, 그린비 펴냄)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지구 반대편에서도 벼락부자가 된 농민은 없다는 ‘진리’를 몸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지리학자인 저자가 2년여 동안 라틴아메리카의 커피밭 노동자로 살면서 보고 듣고 느낀 그들의 삶에 대한 단상을 풀어냈다.

멕시코 콜리마주립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는 2001~2003년 코스타리카 타라수 지역과 페레스 셀레동 지역에서 커피열매를 따며 지리학 박사 연구를 병행했다. 저자는 단지 연구자로 머물지 않고, 그들과 똑같은 일용노동자 생활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현지 노동자들과의 우정도 싹 트게 됐을 터.

저자는 하루 종일 일해도 커피 한 잔 값 정도의 일당밖에 벌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과거와, 한국 이주노동자들의 현재와, 아직 자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의 내일을 본다.

책의 출간 목적이 다소 불분명한 건 아쉬운 대목. 공정무역을 말하려는 것인지, 자본과 착취에 관한 것을 말하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혔듯 “커피의 유행과 더불어 그에 대한 온갖 책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정작 커피를 생산하는 사람들에 대한 책은 거의 없는 현실에서 책이 ‘유행’ 이면에 감추어진 지식과 정보를 전달해 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예컨대 유명 커피 브랜드의 5000원대 커피 한 잔에 담긴 현지 노동자들의 땀에 대해, 공정무역으로도 해소되지 않을 이 전지구적 빈부격차에 대해, 그리고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부(富)가 얼마만큼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1만 5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2011-08-06 1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