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과 버르토크…짙은 사랑 녹아든 두 작곡가의 마지막 비춘 백건우

슈만과 버르토크…짙은 사랑 녹아든 두 작곡가의 마지막 비춘 백건우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1-03-15 15:16
수정 2021-03-1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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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슈만·14일 버르토크 협주곡으로 무대
두 작곡가 마지막 작품으로 짙은 여운과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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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지난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갖고 슈만 작품을 연주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지난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갖고 슈만 작품을 연주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지난 12일과 14일, 연달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관객들과 나눈 음악들에는 애틋함이 담겼다. 슈만과 버르토크. 그가 비춘 다른 시대 두 작곡가의 마지막에는 공교롭게도 이들이 사랑한 아내에 대한 감정이 녹아 있다. 올해가 되기 전부터 짜여져 있던 프로그램이었지만 최근 부인 윤정희 후견을 둘러싸고 다툼을 벌인 곤혹스러운 시간을 보낸 백건우의 지금과 어쩐지 와닿았다.

12일 ‘백건우와 슈만’은 지난달 26일 대전을 시작으로 대구(4일), 인천(6일)에 이은 앙코르 여정의 마지막이었다. 슈만의 첫 작품인 ‘아베크 변주곡’부터 ‘아라베스크’, ‘새벽의 노래‘ 등을 거쳐 마지막 작품 ‘유령 변주곡’으로 슈만의 생애를 찬찬히 짚었다. 지난해 10월에도 선보인 프로그램이지만 몇 달 새 훨씬 짙은 농도로 다가왔다. 특히 더 깊어진 ‘유령 변주곡’은 연주자도 객석도 숨죽이며 음을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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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백건우가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갖고 연주한 뒤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갖고 연주한 뒤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지난해 백건우는 “이제야 비로소 슈만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정신착란에 시달리던 슈만이 라인강에 몸을 던지기 전에 쓴 ‘유령 변주곡’을 두고 아내 클라라와 사랑하는 자녀들을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던 그 심경을 피아노에 마주앉은 지 65년이 다 돼서야 공감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 음 한 음이 살아 있고 모두 의미가 있다”면서 현실과 공상을 오가면서도 완벽하게 음을 컨트롤한 슈만의 음악성을 높이 평가했다.

자신의 설명대로 한 음 한 음 타건은 가볍지만 소리에는 묵직한 의미를 담아 이어 간 백건우는 모든 연주를 마친 뒤 20초 가까이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침묵했다. 객석에서도 마음을 보태듯 그의 침묵을 온전히 지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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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백건우(왼쪽)이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백건우 버르토크 협주곡’을 협연한 뒤 최희준 지휘자와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빈체로 제공
피아니스트 백건우(왼쪽)이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백건우 버르토크 협주곡’을 협연한 뒤 최희준 지휘자와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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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드뷔시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환상곡’에 이어 마지막으로 선보인 버르토크 ‘피아노 협주곡 3번’은 헝가리 대표 작곡가였던 버르토크의 마지막 작품이다. 2차 세계대전 기간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하며 백혈병과 싸운 버르토크는 1945년 봄, 그의 아내 디타 파츠토리를 위해 이 곡을 쓰기 시작했다. 스물세 살 연하 제자이기도 했던 아내의 42번째 생일인 10월 31일에 맞춰 곡을 완성하려 했지만 열일곱 마디를 남기고 그해 9월 26일 숨을 거둬 나머지 부분은 제자 티보리 세를리가 마무리 지었다.

특히 ‘아다지오 렐리지오소’(종교적인 아다지오)라는 지시어가 붙은 2악장은 차분하고 서정적인 선율로 찬송가 같은 분위기로 시작됐다가 버르토크가 직접 채보한 경쾌하고 맑은 새소리가 이어진다. 자신의 건강이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랐던 버르토크의 마음을 그대로 풀어낸 백건우에게 객석에서도 그의 치유를 기원하듯 화답의 박수가 쏟아졌다. 공연을 마치자마자 백건우는 15일 오후 파리로 돌아간다. 다만 윤정희에 대한 후견인 지정을 두고 윤정희 동생들과 딸 백진희 사이 법정 공방이 국내 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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