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지휘봉도 부러뜨린 에너지…다채로운 활기 보여준 윌슨 응X임동혁

[리뷰] 지휘봉도 부러뜨린 에너지…다채로운 활기 보여준 윌슨 응X임동혁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1-02-20 09:00
수정 2021-02-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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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임동혁의 스크랴빈 피아노 협주곡’
블라허·스크랴빈·힌데미트로 다채로운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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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 2월 정기공연 ‘임동혁과 스크랴빈 피아노 협주곡’ 공연 모습.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 2월 정기공연 ‘임동혁과 스크랴빈 피아노 협주곡’ 공연 모습.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파울 힌데미트 교향곡 ‘화가 마티스’가 마무리를 향해 절정을 이른 무렵 지휘자의 지휘봉이 부러져 객석으로 날아왔다. 마치 무대를 채우며 차오르던 에너지에 튕겨나가듯 타이밍도 절묘했다.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한 음 한 음 쌓아졌던 힘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었음을 확인받는 것 같은 안도감마저 들었다.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윌슨 응 수석부지휘자의 지휘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 정기공연 ‘임동혁의 스크랴빈 피아노 협주곡’ 무대는 그야말로 다채로웠다. 지난달 하이든과 쇼스타코비치 작품으로 무겁고 엄숙하게 새해를 열어 깊고 진한 여운을 줬다면 이번에는 보다 밝고 가볍게 다양한 색깔을 만날 수 있게 했다.

파가니니의 카프리스(기상곡) 24번 주제 선율을 웨인 린 부악장이 연주하며 시작된 블라허의 파가니니 주제에 대한 관현악 변주곡은 흥미로웠다. 특히 현악 위주로 편성된 지난달 공연과 달리 관악기가 한껏 존재감을 드러냈다. 현악기의 피치카토(손으로 현을 튕기는 연주) 뒤 곧바로 무대를 뚫는 듯 시원한 관악기 음색이 터져나오기도 했고, 차분한 관악기 선율에 이어 현악기들이 빠른 활의 움직임을 과시하는 등 16개의 변주가 쉴새 없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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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교향악단과 스크랴빈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한 피아니스트 임동혁. 서울시향 제공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스크랴빈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한 피아니스트 임동혁.
서울시향 제공
전체적인 어울림도 물론 좋았지만 무엇보다 악기마다 고유의 음색을 확실히 드러낼 수 있도록 한 연주가 계속되며 지난해 가진 아쉬움들을 달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무대 편성이 크게 줄고 특히 마스크를 쓰지 않고 연주하는 관악기 비중이 축소됐던 시간들을 보내고 다시 만난 다채로운 선율은 새삼 오케스트라가 주는 즐거움과 그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악기들의 존재감을 상기할 수 있었다.

서울시향과 2019년 러시아 순회공연을 갖고 차이콥스키와 스크랴빈을 선보였던 임동혁은 이날도 스크랴빈 피아노 협주곡으로 서울시향과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다. 피아노는 화려하고도 힘 있게 서정적인 오케스트라 선율을 넘나들었다. 특히 2악장에서 펼쳐지는 변주가 따뜻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그려가 잠시라도 공연장 밖을 잊고 평온을 느낄 수 있었다. 3악장에선 강렬하면서도 건반 좌우를 매우 빠르게 오가는 연주가 활기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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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 정기공연에서 스크랴빈 피아노 협주곡 협연을 마친 임동혁과 윌슨 응 수석부지휘자가 포옹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 정기공연에서 스크랴빈 피아노 협주곡 협연을 마친 임동혁과 윌슨 응 수석부지휘자가 포옹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임동혁은 협연을 마친 뒤 스크랴빈 에튀드 8-12번을 앙코르로 연주하며 몰아치듯 관객들을 집중시켰다. 마스크를 쓴 채 앙코르를 연주해 2분 남짓 연주에도 이미 마스크가 코 밑까지 내려올 정도로 격정적으로 들렸다.

윌슨 응은 이날 무대를 힌데미트 교향곡 ‘화가 마티스’로 매듭지었다. 제목 속 화가 마티스는 잘 알려진 프랑스 근대 화가 앙리 마티스가 아닌 독일 르네상스를 이끈 마티아스 그뤼네발트로, 이 곡은 동명의 오페라에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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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가진 정기공연을 마친 윌슨 응 서울시립교향악단 수석부지휘자가 악보집을 들어 관객들에게 보여주며 웃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가진 정기공연을 마친 윌슨 응 서울시립교향악단 수석부지휘자가 악보집을 들어 관객들에게 보여주며 웃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근현대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무대를 꾸민 윌슨 응은 이날 프로그램이 관객들에게 어렵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작품들 속 익숙한 선율이나 서정적인 정서 덕분에 새롭지만 어딘가 낯이 익은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귀에 담기는 음악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연주에 푹 빠져들다 보니 순간 객석으로 부러져 튕겨져 나온 지휘봉이 오히려 당연하다고 생각될 만큼 모두가 무대를 향해 몰입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커튼콜을 모두 마치고 단원들이 무대를 떠날 무렵 몇몇 관객들이 객석 맨 앞줄로 뛰어나가 부러진 지휘봉 조각을 찾았다. 하우스매니저가 바로 가져가 부러진 지휘봉은 다시 윌슨 응에게 건네졌지만, 이날 무대를 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은 많은 이들에게 같았던 것으로 보인다. 윌슨 응도 지휘를 하며 지휘봉을 부러뜨린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니 그에게도 오래 기억될 무대다.

지난달 서울시향 공연으로 차분하게 지난 한 해를 곱씹으며 묵직하게 새해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 뒤 이어진 본연의 색깔을 띄며 활기를 전해준 이날 공연도 지난달 만큼 꽤 길게 마음을 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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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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