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를 사랑한 두 남자… 가을 적시는 아리아

한 여자를 사랑한 두 남자… 가을 적시는 아리아

함혜리 기자
입력 2015-10-14 17:48
수정 2015-10-1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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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까지 국립오페라단 국내 초연 비제 ‘진주조개잡이’

프랑스 작곡가 조르주 비제(1838~1875)의 오페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카르멘’이다. 비제가 작곡한 최고의 오페라가 카르멘인 것은 맞지만 그가 ‘낭만주의의 화신’으로 불리게 된 계기를 만들어 준 오페라는 따로 있다. 국립오페라단이 15일부터 18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서 국내 초연하는 ‘진주조개잡이’는 비제의 재능과 낭만주의적 영감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음악들로 가득하다.

국립오페라단이 2015~16시즌 레퍼토리 개막작으로 마련한 비제의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프레스리허설 장면. 고대 인도 남부의 실론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오페라는 비제의 음악적 재능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아리아들로 가득하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이 2015~16시즌 레퍼토리 개막작으로 마련한 비제의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프레스리허설 장면. 고대 인도 남부의 실론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오페라는 비제의 음악적 재능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아리아들로 가득하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비제가 이 오페라를 작곡한 것은 1863년으로 그의 나이 스물다섯 살 때였다. 당시 그는 이미 네 편의 오페라를 완성했고 또 다른 한 편을 작곡 중이었다. 파리 리리크 극장의 매니저 레옹 카르발로는 그해 4월 극장의 중요한 후원자인 발레프스키 백작을 위해 비제에게 3막 오페라의 작곡을 의뢰했다. 당대 유명작가들인 외젠 코르몽과 미셸 카레가 기존에 있던 작품에서 장소를 멕시코에서 실론 섬으로 옮기고, 종교적 설정을 힌두교로 바꾼 대본에 곡을 완성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단 5개월. 비제는 이전에 써놓은 다른 작품들에서 전주곡, 독창곡, 이중창곡, 합창곡을 가져와 신비로운 이국주의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로 작품을 완성해 그해 9월 30일 테아트르 리리크 극장에서 초연했다.

급히 각색된 대본에 곡을 붙인 것이니 내용이나 구성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하고 허술할 수밖에 없었다. 다소 뻔한 전개에 관객들의 반응은 미지근했고 평단에서는 독창성이 없다며 혹평 일색이었지만 작곡가 베를리오즈와 극작가 알레네는 비제의 출중한 음악성에 찬사를 보냈다. 이 작품은 훗날 멜로디와 환상적인 기악편성으로 비제의 음악적 재능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작품으로 알려지게 된다.

이국적 화려함과 우아함이 돋보이는 이 오페라의 여러 대목은 19세기 프랑스 오페라 중 가장 아름다운 장으로 꼽힌다. 1막 주르가(바리톤 공병우·제상철)와 나디르(테너 헤수스 레온·김건우)의 이중창 ‘신성한 사원에서’는 오래전에 한 여인을 사랑했지만 그 감정을 털어버리고 영원히 친구로 남기로 맹세한 두 남자가 여인에 대한 감정을 온전히 다스리지 못한 채 차츰 갈등이 고조될 것임을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다. 나디르가 부르는 ‘귀에 익은 그대 음성’은 19세기 프랑스 오페라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리아로 꼽힌다. 2막에서 마을의 재앙을 다스리는 임무를 부여받은 여사제 레일라(소프라노 나탈리 만프리노·홍주영)가 부르는 ‘어둠 속에 나 홀로 남았네’는 흐르는 듯한 기악편성으로 감정의 변화를 표현한 비제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곡이다. 3막에선 레일라와 주르가의 이중창 ‘떨려, 망설여져’가 비극을 한층 더 부각시킨다. 극은 사랑보다는 우정을 택한 주르가가 마을 사람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쓰러지는 것으로 끝난다.

연출을 맡은 장 루이 그린다(모나코 몬테카를로극장장)는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지만 단순히 대본을 따라가는 것보다는 아름답고 우아한 멜로디의 음악에 전념하도록 무대를 연출했다”면서 “부드러운 조명, 회전하는 무대장치, 간결한 의상은 인물들의 대립되는 캐릭터를 더욱 두드러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5-10-1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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