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속 처연한 아버지

‘바람’속 처연한 아버지

입력 2014-08-05 00:00
수정 2014-08-05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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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태 24일까지 개인전 ‘크라운’

아버지는 노동으로 고단해진 몸을 이끌고 가까스로 귀가해 여섯 식구가 사는 쪽방에서 다시 새벽까지 그림을 그렸다. 화가가 꿈이었지만 당장 생계조차 잇기 어려운 고아 출신에게 미술은 사치일 따름이었다. 작가의 아버지는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 온 터라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받을 기회조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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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버지는 아들의 그림 속에서 한 손에 붓을 든 중절모 신사로 등장한다. 강에 띄워진 조각배를 타고 바람을 따라 흘러가는 넥타이 차림의 아버지는 사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다. 회화 ‘바람’ 속 아버지는 그래서 처연함을 더할 뿐이다.

화가 문형태(38)는 아버지의 꿈을 대신 이뤘다. 다채롭고 화려한 색채와 두꺼운 질감으로 일상의 이미지들을 초현실적으로 그려낸다. 그 역시 한때 지독한 가난을 경험했다. 하루 종일 작업실에 틀어박혀 작품만 그렸다. 그러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 구 논현동에 둥지를 틀었다.

작가는 “아버지는 아들이 수채화를 그리다 물 한 방울이 흘러 ‘실패’했다고 체념하면 ‘예쁜 누나의 얼굴에 점이 있다고 생각해 봐라. 그렇다고 미워 보이더냐’라고 얘기하셨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이런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그림은 항상 즐거운 것”이라고 되새기며 작업한다고 했다.

오는 24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의 청안갤러리에서 ‘크라운’이란 제목으로 그의 개인전이 열린다. 황토를 섞은 물을 먼저 캔버스에 바른 뒤 마르면 흙을 걷어내고 크레파스로 밑바탕을 그리는 독특한 작업 방식을 고집한 그림들을 선보인다.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는 기본 원리를 떠올려 “작품들과 미리 작별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작가는 ‘개념 미술’ 위주로 흐르는 난해한 현대미술의 풍토를 꼬집으면서도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질 때마다 내 그림도 (그렇게) 달라진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4-08-0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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