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소설 제목도 출처 안밝히고 도용 의혹

신경숙, 소설 제목도 출처 안밝히고 도용 의혹

입력 2015-06-22 09:17
수정 2015-06-2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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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출신 시인 윤희상 작품 두 편과 제목 동일 윤희상 “출처 밝히지 않아 생기는 아픔 많아”

소설 속 구절들의 표절 논란에 휩싸인 소설가 신경숙의 단편소설 두 편의 제목이 한 시인의 작품 제목과 똑같은 것으로 드러나 이를 둘러싼 표절 의혹이 더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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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신경숙
소설가 신경숙
22일 연합뉴스 취재 결과 신 작가가 지난 1990년 ‘한국문학’ 3-4월 합본호에 발표한 ‘무거운 새의 발자국’과 1992년 ‘문예중앙’ 가을호에 발표한 단편 ‘멀리, 끝없는 길 위에’는 전남 나주 출신인 윤희상(54) 시인이 각각 신 작가 발표보다 앞서 발표한 시 제목과 완전히 일치했다.

윤 시인은 1987년 청하가 발행한 무크지 ‘현실시각 2집’에 ‘멀리, 끝없는 길 위에’ 시를 발표했으며, 1989년 민음사가 발행한 계간지 ‘세계의문학’ 봄호에 ‘무거운 새의 발자국’ 시를 발표했다. 이 시들은 모두 문학동네가 2000년 발행한 윤 시인의 시집 ‘고인돌과 함께 놀았다’에도 수록됐다.

앞서 지난 16일 소설가 이응준이 신 작가의 1996년작 ‘전설’의 표절 의혹을 제기한 뒤 문학계에서는 신 작가를 둘러싸고 그간 다수의 표절 의혹이 제기돼왔음이 드러나면서 작가의 문학적 독창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단에선 1989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는 윤 시인은 2007년 발표한 ‘소를 웃긴 꽃’이 두산동아의 2013년판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리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아왔다.

신 작가는 지난 16일 소설가 이응준이 자신의 1996년작 ‘전설’의 표절 의혹을 공식 제기한 뒤 하루만인 17일 ‘전설’이 포함된 소설집 출간사인 ‘창작과 비평’(창비)을 통해 표절 의혹을 공식 부인한 채 “대응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짧은 입장만을 밝혔다.

창비에 따르면 신 작가는 소설 집필을 이유로 서울 자택을 떠나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다.

윤 시인은 연합뉴스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으나 이메일 답변을 통해 “작가가 출처를 밝히지 않아 생기는 아픔이 생각보다 많다”며 “앞으로는 문학적 사실이 왜곡되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윤희상 시인의 ‘멀리, 끝없는 길 위에’ 전문이다.

≪멀리, 끝없는 길 위에≫

멀리, 끝없는 길 위에 발이 잠긴다

이어서 종아리가 잠긴다 연이어

무릎과 허벅지가 잠긴다

새가 울면서부터 여자가 잠긴다

남자가 잠긴다

따라서 허리가 잠긴다

얼마쯤 후에

가슴과 목이 잠긴다

웃다가 웃다가 얼굴이 잠기고

또 얼마쯤 후에

머리가 잠긴다

또다시 얼마쯤 후에

멀리, 끝없는 길 위에

가장 권위적인 모자가 하나

유품인 듯,잠기지 않고 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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