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날 계기로 돌아본 출판시장 발전 전망
23일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맞아 출판 진흥과 독서권장 관련 이벤트들은 풍성하지만 정작 우리 출판의 내실 있는 발전 가능성에 대해선 우려가 적지 않다.콘텐츠의 질적인 측면에서 우리 저작물들은 세계 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질적 토대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올해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는 우리 그림책들이 대거 입상하면서 콘텐츠의 질을 인정받았고, 일부 콘텐츠들의 해외 진출 사례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나날이 위축되고 있는 독서 인구와 출판시장 인프라 등 여건이 세계 시장에서 각광받는 ‘출판 한류’의 창출로 이어지기에는 구조적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 세계시장에 도전장 내미는 아동·문학도서들
세계 시장에서 우리 아동용 그림책들의 최근 선전은 괄목할 만하다.
올해로 52회째를 맞는 이탈리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선 총 6종의 우리 그림책들이 아동도서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라가치상 4개 전부문에서 입상하는 성적을 거뒀다. 2004년 첫 수상 이래 지난해까지 대상을 3종 내는 등 우리 그림책들은 국제시장에서도 꾸준히 그 존재를 인정받아왔다.
미래엔은 아이세움 브랜드의 아동 교육용 만화 ‘서바이벌’ 연작을 2008년부터 일본 출판시장에 내놓아 누적판매량이 380만부에 이르는 등 호평받고 있다. 현지 출판을 맡은 아사히신문출판은 서바이벌 시리즈의 성공에 힘입어 아동출판 시장에서 새롭게 입지를 구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만화 왕국’ 일본에서 모든 페이지를 총천연색으로 인쇄하는 방식을 새롭게 전파하는가 하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우리가 책장을 넘기는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며 일군 성과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2001년 설립 이래 우리 문학작품의 내실 있는 번역서 출간에 공을 들여온 한국문학번역원의 노력에 힘입어 그 성과가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번역원 집계에 따르면 번역원이 관여해 외국에 번역 소개된 우리 문학작품은 2011년 128종, 2012년 214종, 2013년 235종으로 꾸준히 증가했으며, 그 판매부수 또한 2011년 16만2천693부, 2012년 29만4천680부, 2013년 32만9천302부 등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다.
◇ 도서시장 위축속 구조적 한계 위기감 고조
KBS의 신년 기획을 책으로 엮은 ‘슈퍼차이나’(가나출판사)는 내주 출간을 앞두고 중국 측에 30만달러(약 3억2천만원)의 선인세에 팔리며 역대 최고가 계약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져 저작권 수출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선인세 수준이 통용되는 수준을 크게 웃도는데다가 책 내용이 중국의 국가적 성장을 조명한 내용이어서 최근 심상치 않은 중국의 문화적 영향력 확대 움직임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 에이전시 관계자는 “많이 받아봐야 2만~3만달러 수준인 그간 관행을 감안할 때 믿을 수 없는 수준”이라며 “중국의 국가적 성장을 조명한 내용이 아니라면 그 같은 대접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성과들에도 실제 최근 우리 저작권 수출 현황은 성장세라기보다는 부침을 겪는 정체기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해외수출 실적이 있는 저작권 에이전시 2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실적이 2009년 1천627건에서 2010년 1천959건으로 늘었으나 2011년 1천587건으로 줄고, 2012년과 2013년 각각 2천204건과 2천171건을 기록하는 등 뚜렷한 경향성 없이 오르내리는 모습이다.
에이전시 캐럿코리아의 백은영 대표는 “최근 들어서도 대만 시장이 완전히 죽고 중국 시장도 상당 수준 침체되는 등 전반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출판 한류는커녕 국내 시장의 침체 분위기를 일신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라가치상 대상에 이어 올해에도 입상작을 낸 정유미 작가의 ‘나의 작은 인형상자’는 수상에도 불구하고 독창성과 다양성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는 국내 현실에선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더라도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상황에서 콘텐츠가 뿌리내릴 토양을 기대하기는 요원한 현실이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중국 지린성출판집단의 매출 규모가 우리 출판사 전체 매출에 맞먹는 현실임을 감안해야 한다”며 “말뿐인 중국 진출보다 매년 급증하는 요우커 관광객들의 수요를 어떻게 맞출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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