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폭력과 탐욕의 광기가 빚어낸 전장

예루살렘, 폭력과 탐욕의 광기가 빚어낸 전장

입력 2014-08-07 00:00
수정 2014-08-07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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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종교개혁가 제임스 캐럴의 ‘예루살렘 광기’

위키피디아 사전에서 제임스 캐럴(James Carroll)이란 사람을 검색하면 1943년 미국 시카고 태생의 문인이자 역사학자, 그리고 저널리스트이면서 가톨릭 개혁가로 소개한다.

2011년 미국에서 ‘예루살렘, 예루살렘’(Jerusalem, Jerusalem)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그의 책은 제임스 캐럴을 단순한 가톨릭 개혁가라기보다는 종교 개혁가로 불러야 타당할 듯한 느낌을 준다.

가톨릭 사제였다가 환속했지만 신앙은 버리지 않았다는 이 책은 ‘이 고대 도시는 어떻게 우리 현대 세계에 불을 붙였나’(How the Ancient City Ignited Our Modern World)라는 부제가 암시하듯이 예루살렘을 둘러싼 종교간 갈등을 다룬다.

최근 국내에서는 ‘예루살렘 광기’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이 책은 더욱 엄밀히는 종교와 폭력이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설파한다. 언뜻 제목만으로 기대하듯이 그에게 팔레스타인은 일방적인 피해자도 아닐뿐더러, 이스라엘도 일방적인 폭력의 가해자도 아니다. 캐럴에게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세 종교 모두가 폭력의 가해자다. 이 폭력이 터지는 장소가 바로 예루살렘이라는 ‘성스런 도시’이고 그들이 빚어내는 폭력의 파열음을 캐럴은 ‘예루살렘 열병’이라고 부른다.

”지상의 예루살렘이라는 화면 위에 천년왕국에 대한 강렬한 환상을 투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역사가 완성되리라는 신념이 바로 예루살렘 열병이다.”(12쪽)

”예루살렘 열병에 걸리는 이들은 종교 집단들인데, 예루살렘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세 일신교가 이 열병에 걸린 것은 확실하다.”(14쪽)

”예루살렘은 병소(病巢)인 동시에 그 열병에 대한 해독제이며, 종교 역시 문제의 근원인 동시에 그것을 극복할 방법이다. 종교가 정맥을 끊는 칼인 동시에 그 칼을 막아내는 힘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다름 아닌 예루살렘을 통해 알 수 있다.”(14쪽)

이처럼 캐럴은 시종일관 도발적인 선언으로 예루살렘을 둘러싼 종교의 폭력성을 폭로하는 말로 포문을 연다.

캐럴은 예루살렘이라는 도시에 두 가지 층위가 존재한다고 본다. 실제의 예루살렘과 세 종교가 만들어낸 환상의 예루살렘. 캐럴에 따르면 환상의 예루살렘이 실제의 예루살렘에서 각종 폭력을 빚어내는 원천이라는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세 종교의 예루살렘을 향한 탐욕은 지독하다. 요즘 이스라엘에 의한 가자지구 공격 사태로 대체로 이스라엘을 향한 우리의 시선이 부정적이지만, 역사를 돌이켜 보면 팔레스타인이나 이슬람이 늘 피해자였던 것도 아니다. 캐럴에게는 세 종교 모두 겉으로는 사랑을 외치면서도 실제는 폭력과 살인을 일삼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폭력성과 욕망의 적절한 발산과 통제를 위해 희생제의를 만들었으며, 이에서 바로 종교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자살 테러의 이면에도 종교가 도사린다.

지금의 폭력과 전쟁 사태는 종교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캐럴의 생각이므로 자연 그 해법도 종교 개혁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한데 이 대목에서 캐럴의 생각은 어쩌면 비관적이게도 보인다.

그에 의하면 완벽한 종교는 존재할 수 없다. 나쁜 종교는 존재하기 마련이고 순결한 종교 따위는 존재할 수 없음을 이해하는 종교가 바로 좋은 종교라고 말한다.

”좋은 종교는 완벽한 종교가 아니며. 스스로 이를 잘 알고 있다”는 그는 종교 역시 끊임없이 자기를 개혁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사랑이라는 태고의 법칙을 어기게 만드는 신앙은 바뀌어야 한다. 폭력을 낳는 종교는 개혁되어야 한다. 즉, 모든 종교는 영원히 개혁이 필요하다.”(529쪽)

그래서 “예루살렘은 인간이 처음으로 이 사실을 깨달았던 곳인 동시에, 여전히 깨달아야만 하는 곳이다”고 말한다. 예루살렘에 덧씌운 환영을 벗겨내는 일이야말로 종교개혁이라는 것이다.

제목은 “온통 황금으로 된 예루살렘, 예루살렘, 청동과 불빛들, 내 마음속에 그대의 노래와 그대의 모습을 소중히 간직하리”라는 나오미 쉬머(Naomi Shemer)의 노래 ‘황금의 예루살렘’(Jerusalem of Gold)에 나오는 가사에서 따왔다. 이를 제목으로 삼은 까닭은 예루살렘은 결코 황금의 땅이 아니라는 은유도 있는 듯하다.

동녘, 박경선 옮김, 660쪽, 2만5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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