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 연례훈련 공개…일본 ‘보통국가화’ 가속
“탕탕, 쾅쾅.”자위대 전투기와 전차가 합동 사격으로 가상의 적을 섬멸하는 작전을 마무리하자 지켜보던 일본인들이 일제히 박수를 쏟아냈다.

연합뉴스
후지산 자락서 자위대 사격 훈련
19일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고텐바시 히가시후지(東富士)연습장에서 자위대 전차 등이 동원된 가운데 자위대의 연례 훈련인 ’후지종합화력연습’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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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자위대의 주요 장비를 소개하는 것으로 훈련이 시작됐다.
자위대는 99식 자주 155㎜ 유탄포 등 단거리 화기와 81㎜ 박격포나 87식 대전차 유도탄 등 중거리 장비, 경장갑기동차, 대전차 헬기 등에 관해 하나씩 소개하고 사격하는 것을 보여줬다.
고막을 아프게 하는 발사음과 발끝에서 전해지는 진동이 화기의 위력을 실감하게 했다.
자위대 협력 단체나 자위대원의 가족·친척·지인 등 자위대와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약 3만 명이 차분한 분위기에서 훈련을 지켜봤다.
이들은 숨죽이고 사격 장면을 주시하거나 스마트폰·카메라로 자위대와 장비의 움직임을 찍으려고 시도했다.
후지산과 비슷한 모양으로 포연이 피어오르도록 설정된 사격 등을 보고 “아∼”하는 탄성을 내지르기도 했다.
훈련 전반부는 장비별로 따로 진행된 탓인지 조금은 단조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적이 섬 지역을 점령한 상황을 가정하고 육상·해상·항공 자위대가 합동으로 대응하는 후반부는 예사롭지 않았다.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를 둘러싼 중국과의 물리적인 충돌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P-3C 초계기를 이용한 탐지 활동, F2 전투기의 사격, 유도탄을 이용한 사격, 수송기를 타고 온 오토바이 부대의 정찰, 개인화기·전차·전투기 공격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첨단 장비를 이용한 일련의 포격은 방어하는 조직이라는 뜻을 담은 ‘자위대(自衛隊)’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조직적·위협적으로 진행됐다.
최근 안보 정책 정비 과정에서 전시와 평시의 중간 사태인 회색지대(그레이존) 사태가 자주 거론됐지만, 이번 훈련과 같은 정도의 대응이 필요하다면 결국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특히 집단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도록 헌법해석을 바꾸는 등 군대에 가까운 조직으로의 변환을 앞둔 자위대의 타격 능력 확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그럼에도, 자위대와 관련 있는 이들이 이날 관람객의 대부분이라서 그런지 안보정책 변화를 우려하는 시각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았다.
무라마쓰 기쿠미(54·여) 씨는 1990년대 자위대원인 남편이 캄보디아에 파견됐을 때 위험한 일을 겪을까 봐 매우 걱정했다면서도 자위대원을 가족으로 둔 이들에게서 최근 안보 정책의 변화에 관해 특별한 불안감을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잠재적인 위험에 관해 “직장이므로 각오해야 한다. 나라를 떠받치는 이들의 사명”이라고 오히려 직업 정신을 강조했다.
자위대원으로 30년 넘게 복무하고 은퇴한 나카마 쇼지(65) 씨는 “과거보다 장비가 좋아졌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며 안보정책의 변화로 일본이 점점 보통 국가가 되고 있고 이는 당연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간혹 훈련 장면이 “무서웠다”는 반응도 나왔다.
자위대가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고생한다는 것에 주목하거나 무기에 관심이 많아서 훈련을 보고 싶었다는 젊은 관람객도 있었다.
일본인에게 친근한 후지산을 배경으로 적을 물리치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자위대의 임무를 홍보하고 국민이 안보정책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방위 당국의 의도라고 여겨졌다.
육상자위대 후지학교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이케다 다이스케 (池田大助) 씨는 훈련을 본 이들이 “역시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확실히 나라를 지키는 훈련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훈련장 입구의 장갑차·전차 장난감이나 과자 등을 파는 곳에는 관광지처럼 기념품을 사려는 관람객이 몰렸다.
’자위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 영토·영공·영해를 지키고 있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일본의 ‘보통 국가화’를 큰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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