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소송 끝에 공개된 찰스 왕세자의 ‘흑거미 편지’

10년 소송 끝에 공개된 찰스 왕세자의 ‘흑거미 편지’

입력 2015-05-14 09:45
수정 2015-05-1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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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로비 서한 여럿…”부적절한 국정개입” 비판 자초

62년째 2인자 자리에 머물러 있는 영국의 찰스(66) 왕세자가 왕실의 정치적 중립 원칙을 깨고 국정개입을 시도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부에 보낸 비밀서한이 10년 소송 끝에 무더기 공개되면서다.

영국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13일(현지시간) 공개된 찰스의 편지는 2004년 9월부터 2005년 4월 사이에 보낸 27개다. 토니 블레어 총리와 산업부, 보건부 등 7개 부처 장관이 수신인이다.

그동안 언론 보도로 내용 일부가 알려진 이 서한은 ‘흑거미 메모’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알아보기 어렵게 휘갈겨 쓴 찰스의 필체가 흑거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서한에는 이라크전 군장비 교체 요청과 같이 중대 현안에 대한 언급도 있지만 왕세자의 숨은 의도를 의심케 하는 사안도 많다.

자신의 건축재단이 연관된 병원 부지의 재건축을 청하거나 소에 결핵균을 옮기는 오소리를 도태시켜 달라는 요구가 대표적이다.

농민을 상대로 한 대형 슈퍼마켓의 횡포를 단속할 자리에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앉혀달라는 청도 있었다.

가디언은 “일부 서한은 찰스 왕세자의 아주 세밀한 개인적 이해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왕세자의 서신을 받은 총리와 장관은 왕실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알면서도 매우 공손한 태도로 답했다.

당시 블레어 총리는 “왕세자의 관점을 늘 소중하게 여기고 고대하며 농업 문제에는 더욱 그렇다”고 답장했으며 존 레이드 보건장관은 “왕실의 가장 겸손하고 충실한 종이 돼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가디언은 ‘흑거미 메모’ 공개를 위해 10년간 정부와 법정다툼을 벌였다. 2005년 롭 에번스 기자가 정보공개법에 따라 소송을 제기, 대법원까지 끈질기게 따라붙어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영국 정부는 필사적으로 서한 공개를 막았다.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소송비용에만 40만 파운드(약 7억원)를 쏟아부었다면서 “왕세자의 로비에 대한 비밀 내역을 지켜주는 데 이만큼의 돈을 쓸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에번스 기자는 “맙소사, 엄청난 법정다툼이었다”면서 “비록 2004년 9월부터 2005년 4월까지의 서한만 공개된 것이지만 왕세자의 행동이 적절했는지 독자가 직접 판단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서신 공개로 찰스는 영국 국민의 따가운 비판을 받게 됐다. 2012년 도미닉 그리브 검찰총장은 ‘흑거미 메모’가 차기 군주가 될 찰스 왕세자에게 치명타를 입힐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찰스 왕세자는 서한의 공개에 실망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왕세자는 왕위에 오르면 ‘진심어린 개입’을 하겠다면서 정치개입을 경계해온 모친과 대비되는 태도를 보여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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