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문대상 암묵적으로 상정…절대다수는 무고”
인권 침해와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왔던 미국 뉴욕경찰(NYPD)의 불심검문 관행에 대해 미국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맨해튼 연방지방법원의 시라 셰인들린 판사는 12일(현지시간) NYPD의 불심검문 행위를 위헌으로 판시하고 시 당국에 개선명령을 내렸다고 CNN방송 등 미국 언론이 전했다.
셰인들린 판사는 이 같은 관행이 부당한 체포와 수색을 금한 수정헌법 4조와 어긋난다고 밝혔다.
또 흑인과 히스패닉계 주민을 주로 겨냥한다는 점에서 법에 의한 평등한 보호를 규정한 수정헌법 14조와도 충돌한다고 판시했다.
브롱크스에 거주하는 의대생 데이비드 플로이드 등 흑인 남성 4명은 부당하게 검문을 당했다며 지난 2008년 뉴욕시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셰인들린 판사는 이날 195쪽에 달하는 결정문을 통해 이 관행이 내포한 위헌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제출된 증거를 토대로 볼 때 NYPD는 암묵적 방침을 통해 ‘검문에 적합한’ 사람을 상정해 왔다”며 “최고위 공무원들은 경찰관들이 인종차별적 방식으로 불심검문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묵인했다”고 설명했다.
셰인들린 판사는 지난 2004년부터 2012년 1월까지 경찰이 합리적 의심 없이 행한 불심검문이 최소 20만 건에 이른다면서 “뉴욕시는 흑인과 히스패닉계가 범죄 용의자 중 차지하는 비율만큼 이들에게 검문을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검문을 당한 절대다수는 무고했다”고 덧붙였다.
뉴욕시는 지난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 마약 관련 범죄가 성행하자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불심검문 제도를 도입했다.
시 당국은 이 제도가 범죄 예방에 큰 공헌을 했다고 주장하나, 경찰이 합리적 이유가 아닌 인종적 편견 등에 근거해 검문 대상을 정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돼 왔다.
실제로 2004년∼2012년 이뤄진 불심검문 가운데 83%가 흑인과 히스패닉계를 상대로 한 것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뉴욕시 인구 가운데 이들 인종의 비율은 절반이 조금 넘는다.
뉴욕시민자유연맹(NYCLU)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불심검문을 당한 주민 89%가 아무런 혐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셰인들린 판사는 지난 1월에도 저소득층 주거 지역의 아파트 주민을 대상으로 한 검문검색 관행에 대해 유사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서 그는 불심검문을 전면 중단하라고 명령하지는 않았다.
대신 검문검색이 헌법에 따라 이뤄질 수 있도록 피터 짐로스 전 맨해튼 지방검찰청 차장검사를 독립적인 감시관으로 임명했다.
뉴욕시는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혀 이번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불심검문이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을 살렸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치안유지 활동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판사가 위험한 결정을 내렸다”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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