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대신 성범죄 저지른 유엔軍

평화 대신 성범죄 저지른 유엔軍

심현희 기자
입력 2017-04-13 23:14
수정 2017-04-14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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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파견지서 12년간 2000건…형사재판 극소수 ‘솜방망이 처벌’

전 세계에 파견된 유엔 평화유지군이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대부분 처벌받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AP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의 내부 조사보고서와 AP통신의 자체 탐사 결과, 2004∼2016년 아이티 주둔 평화유지군은 150건의 성폭행 및 성 착취 범죄를 저질렀다.

본국으로 114명이 송환됐으나 단 한 명도 징역형을 살지 않았다. 가해자로 지목된 평화유지군은 방글라데시, 브라질, 요르단,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우루과이, 스리랑카 등에서 파견됐다. 특히 스리랑카 소속 평화유지군 중 최소 134명이 2004∼2007년 당시 9명의 12∼15세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아이티의 한 피해자 소녀는 12살 때부터 3년 동안 자신에게 75센트를 준 ‘사령관’을 포함해 유엔 평화유지군 50명과 성관계를 했다고 유엔에 진술했다. 소녀는 유엔 기지 안 트럭에서 잠을 자는 날도 있었으며 “그때 저는 가슴조차 없었다”고 유엔 조사관에게 털어놨다.

또 다른 피해자 소년은 스리랑카군이 자신을 트럭으로 데리고 가 항문·구강 성교를 하도록 했다면서 상대한 군인이 20명 이상이라고 말했다. 유엔 보고서는 “(성범죄 피해에 대한) 내용이 너무 많아 보고서에 모두 기술할 수 없다”고 썼다.

지난 12년간 유엔 평화유지군과 직원이 세계 도처에서 저지른 성범죄도 2000건에 달했다. 이 중 300건 이상이 어린이와 연관됐으나 극소수만이 법의 심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유엔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평화유지군은 각 회원국이 파견하므로 유엔은 평화유지군에 대한 직접적인 사법권이 없다. 파견국이 자국 사법체계에 따라 처벌을 한다.

AP통신은 피해자, 전·현직 유엔 관리, 조사관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성범죄 용의자의 파견국 정부에 수차례 질의했지만 답변은 아주 적었으며 답변을 하더라도 용의자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깃발 아래서 이런 범죄를 일어나도록 결코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엄단 의지를 밝혔다. 그렇지만 이런 각오는 10년 전에 발표된 것과 유사하고 지금까지 대부분의 개혁이 실현되지 않았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2017-04-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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