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허위정보 유포에 사표”…”해고된 뒤 엉터리 주장” 반론도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국영방송 여기자가 당국의 뉴스조작을 폭로하며 사표를 던져 논란이 일고 있다.논란의 주인공은 카자흐 국영방송 ‘하바르 TV’의 런던 특파원 벨라 쿠다이베르게노바.
쿠다이베르게노바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결국 떠나게 됐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녀는 또 “나는 지금 정말 행복하다. 나에게 양심이 있다는 걸 깨달았으며 더는 거짓말을 못한다”고 밝혔다.
이후 카자흐 현지 소셜미디어에서는 쿠다이베르게노바가 정부의 암묵적 언론조작에 대해 공개적으로 폭로하고 맞섰다며 지지한다는 측과 하바르가 런던지사를 폐쇄하며 해고된 그녀가 엉터리 주장을 한다는 측으로 여론이 갈려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쿠다이베르게노바는 8일(현지시간) 자유유럽방송(RFE/RL)과 인터뷰에서 사표를 던진 것은 언론인의 소신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하바르가 카자흐 국민에게 조직적으로 허위정보를 유포한다”고 강하게 비난하면서 “허위정보 유포는 사람들의 생활 깊은 곳까지 침투해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 자신을 “톱니바퀴의 톱니”에 비유하며 하바르에서 기자들은 이미 정해진 취지에 맞는 답변을 해줄 전문가만을 인터뷰하며 혹여 다른 말을 하면 “보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 2일 런던주재 카자흐 대사관에서 열린 카자흐가 행복한 나라임을 보여주는 행사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이 또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 대통령과 카자흐의 위대함을 홍보하기 위한 거짓말이었다”고 쿠다이베르게노바는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정말 더는 못하겠다고 느꼈다”며 그동안 고민 중이던 사직을 결심했다고 그녀는 밝혔다.
쿠다이베르게노바는 하바르와 제휴 주간지인 ‘카라반’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카라반은 앞서 사설을 통해 쿠다이베르게노바가 사표를 던진 것은 그녀가 자신이 곧 해고당할 것을 눈치 채고 “시끄럽게 문을 닫았다”고 표현하며 “몇몇 기자들은 직업의식이 없다”고 비난했다.
지난 2003년부터 기자생활을 시작한 쿠다이베르게노바는 모스크바와 런던 특파원을 지냈으며 카자흐에서는 유명인사다.
1991년 옛소련에서 독립 후 지금까지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권좌를 지키는 카자흐는 장기집권에 따른 언론 및 인권탄압으로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2013 인권사례에 대한 국가 보고서’에서 카자흐의 인권상황을 “언론, 종교, 개인의 의사 표현 등에 대해 정부가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공식 통계를 들며 “신문, 방송 등 카자흐 전체 언론사의 16%를 국가가 소유하고 있고 개인이 소유한 대부분 언론도 국가의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이 탓에 카자흐에서는 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자유롭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유럽연합(EU)도 올해 6월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외무장관 회의에서 카자흐를 포함한 중앙아시아 각국에서 표현의 자유 및 여성·아동인권이 억압받는다고 지적하며 이들 국가에 인권상황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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