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파 반발 의식한 듯…혁명수비대 사령관 “핵협상 지지”
2일(현지시간) 핵협상 잠정 타결 뒤 별다른 공식 입장을 보이지 않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7일(현지시간) 미국을 강하게 비판했다.하메네이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시온주의자(이스라엘)와 서방, 특히 미국은 테러조직이 무슬림 국가를 상대로 만행을 저지르는 것에 (오히려) 만족한다”며 “이들은 ISIS(이슬람국가 IS의 옛명칭)를 격퇴하는 데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하메네이의 이런 발언은 이번 핵협상 타결에 자신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서한이 주효했다는 평가와 숙적이던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메네이의 지지 세력인 보수파는 반미 성향이 강한 탓에 핵협상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친미·친서방으로 확대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이런 배경을 고려하면 하메네이는 핵협상 잠정 타결 뒤 사실상 첫 공식 언급에서 미국을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지원세력으로 규정함으로써 핵협상과 대미 관계는 별개라는 점을 분명히 해 보수파의 불만을 무마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이란 최고 권력층 사이에서 핵협상을 옹호하는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이란 국영 TV가 이날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란 보수파 권력의 핵심기관인 혁명수비대의 사령관이자 하메네이의 측근인 무함마드 알리 자파리는 “신의 은혜로 우리의 주권을 수호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란 국민과 혁명수비대는 협상단의 정치적 노력에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앞서 아야톨라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국정조정위원회 위원장, 하산 피로우자바디 합참의장 등도 5일 핵협상 결과를 옹호한다고 밝히면서 협상팀을 지지한 최고지도자(하메네이)에게도 감사한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보수파를 대표하는 권력기관 수장들이 이처럼 협상을 지지함과 동시에, 협상의 막후 조정자로 알려진 하메네이를 적극 두둔하고 나서면서 이란 내에서 반대파의 입지는 한층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이날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강경 보수파 시민 약 200명이 의회 앞에서 핵협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마침 의회에서는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이 의원들에게 핵협상 결과를 보고하고 있었으며 시위대는 당국의 허가 없이 집회를 열었다고 현지언론은 전했다.
이날 시위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테헤란 현지 발 보도에서 보수파가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를 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고 전했다.
시위에는 대부분 젊은 층이 참가한 가운데 시위대는 “우리가 국민을 대변하고 있다” , “우리는 이 협상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를 타고 지나가던 시민 한명은 시위대를 향해 “집에 가라”고 소리쳤고, “독배를 마시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NYT는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소수의견일 수 있다며, 최근 친 정부 언론 IRNA통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테헤란 시민 96%가 이번 협상을 지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소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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