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 쓴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 책 잔잔한 파문

일본인이 쓴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 책 잔잔한 파문

입력 2014-07-11 00:00
수정 2014-07-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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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이 1923년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조선인들에게 자행한 학살을 다룬 책이 일본 사회에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프리랜서 저술가인 가토 나오키(47·加藤直樹)씨가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소재로 3월 펴낸 ‘9월, 도쿄의 길 위에서’가 현재까지 일본에서 1만 1천 부 이상의 판매 실적을 거뒀다고 도쿄신문이 11일 보도했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은 91년 전 도쿄(東京), 요코하마(橫浜) 등 간토 지역에서 발생한 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확산하면서 6천 명 이상의 재일 조선인들이 일본 군인과 경찰, 민간인 자경단 등에 의해 학살된 사건을 말한다.

아베 정권의 우경화 흐름 속에 한국 혐오 서적들이 잇따라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상황에서 일본 과거사의 ‘치부’를 다룬 책이 이 정도로 팔린 것은 주목할 만한 일로 평가되고 있다.

도쿄에서 빈발한 혐한(嫌韓)시위가 가토 씨에게 집필 동기를 제공했다.

혐한 시위가 끊이지 않았던 도쿄 신오쿠보(新大久保)에서 나고 자란 그는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혐한 시위대가 ‘불령조선인(不逞朝鮮人·일본에 불복종하는 조선인)’이라는 글자가 적힌 플래카드를 든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도로에서 조선인을 죽이자’는 말이 사용된 것은 간토대지진 이후 처음이었다”며 “과거와 현재가 직결됐다”고 말했다.

그는 책을 쓰기 위한 취재 과정에서 조선인 학살 사실을 아예 모르는 이들이 많음을 알게 됐다면서 “일반 민중이 가깝게 연관된 사건일수록 빨리 잊고 싶어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진상은폐 속에 여태 조선인 학살의 정확한 희생자 숫자는 물론 유골의 행방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던 중 지난해 6월 주일한국대사관 이전 과정에서 조선인 사망자 중 일부인 290명의 신상명세, 피살 일시, 장소, 상황, 학살 방식 등이 기록된 피해자 명부가 발견되면서 한.일 시민단체 등에 의해 일본 정부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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