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 예산만을 ‘중국 국방비’로 발표
중국 정부가 국방 예산 규모를 3조6천억원 가량 축소 발표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중국의 올해 국방 예산은 중국 재정부가 5일 전인대 전체회의에 보고한 2013년도 예산안 보고서를 통해 공개됐다.
이 보고서에서는 ‘전국 예산’ 상의 국방비와 ‘중앙(정부) 예산’ 상의 국방비가 각각 나와 있다.
중앙과 지방 예산을 합친 전국 예산의 국방비는 7천406억2천200만 위안(약 130조원)이다.
중앙 예산의 국방비는 이보다 204억5천300만 위안(약 3조6천억원) 적은 7천201억6천800만 위안이다.
공교롭게도 두 수치 모두 작년 대비 증가율이 10.7%로 같다.
중국은 과거 전인대 개막 전날 전인대 대변인의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국방 예산을 구두로 공개해왔으나 올해는 관례를 깨고 5일 타 분야 예산과 함께 국방 예산을 공개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 직속 기관인 관영 신화통신은 5일 타전한 기사에서 중앙 예산의 국방 예산을 ‘중국의 국방비’라고 소개했고, 중국 언론은 이후 일제히 이를 기준으로 삼았다.
세계 주요 외신들도 보도 기준을 놓고 혼선을 빚었다.
AP통신과 AFP통신은 신화통신 보도를 따라 중앙정부 예산의 국방비를,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은 실질적인 중국의 국방비라고 할 수 있는 전국 예산의 국방비를 각각 중국의 국방비로 보도했다.
그러나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이 ‘기준’을 과거와 달리 바꾸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은 최근까지 리자오싱(李肇星) 당시 전인대 대변인을 통해 국방비를 구두로 발표했는데 이때는 모두 전국 예산의 국방비를 기준으로 삼았다.
따라서 비록 중국 관영 매체들이 중앙 예산을 기준으로 국방비를 전하고 있지만 전국 예산의 국방비를 기준으로 보는 것이 보다 실체에 들어맞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기준 변경’을 두고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 정부가 자국의 군비 확충에 관한 외부의 우려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매해 국방 예산안이 외부 세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만큼 중국이 이를 의식해 액수가 적은 중앙 예산을 기준으로 대외에 공표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재정부 보고서 전문을 통해 예산안이 자세히 공개됐고, 전국 예산과 중앙 예산의 국방비 차이가 200억 위안가량으로 ‘축소 효과’도 제한적이어서 중국이 국방 예산을 적게 보이기 위한 이유만으로 국방 예산 공개 기준을 바꿨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외부에 공개하는 국방비의 기준을 바꾼 것은 눈길을 끄는 점이지만 현재로서는 그 정확한 속내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캐나다 군사전문지 ‘칸와아주방무’의 안드레이 창 편집장도 실제 국방 예산이 전날 발표된 수치의 세 배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창 편집장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방위기술 연구개발(R&D) 예산과 해외 무기 구입에 사용되는 특별프로그램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라며 “(누락된) 두 예산은 재정부가 R&D 명목으로 다른 연구기관들에 직접 배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언론은 중국의 국방비 증가 추세가 필연적 추세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 위협론’ 불식에 나섰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6일 사설에서 “중국의 GDP는 세계 2위이고 군비 또한 세계 2위라는 점에서 이는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라며 “중국의 군비 증가는 중국의 전체적 현대화와 보조를 같이하는 것일 따름”이라고 주장했다.
인줘(尹卓) 해군정보화 전문가위원회 주임은 홍콩 명보(明報)에 국제적으로 각국의 국방비는 GDP 대비 평균 2.6% 정도이고 미국의 경우 군비 지출이 GDP의 4.5% 이상이지만 중국의 경우 GDP의 1.3% 수준이라며 중국의 군비 지출이 국제 기준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인 주임은 또 1㎢당 군인의 수와 군인 1인당 드는 평균 군비로 볼 때도 중국의 국방비는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올해 국방비 증가폭이 10.7%로 작년 11.2%, 2011년 12.7%에 비해 둔화된 점을 지적하며, 증가폭이 줄어든 것은 남중국해 영토 분쟁 등과 관련해 ‘중국 위협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니러슝(倪樂雄) 상하이(上海)정법대 해권전략국방정책연구소 소장은 “증가폭이 예상보다 줄어든 것은 중국이 남중국해 영토 분쟁에 연루된 작은 나라들의 우려를 덜어주고자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원래 주변국과의 분쟁을 고려할 때 일반적으로 15% 이상 국방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면서 국방비 증가폭 둔화에는 분명히 정치적·외교적 고려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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