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연설에서 밝힐 수도…핵 겨냥 국가도 러·中·北·이란으로 줄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가 현장에 배치한 핵탄두를 최소 3분의 1 줄이기로 했다고 미국 싱크탱크인 공공청렴센터(CPI)가 정책 입안에 참여한 다수의 행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밝혔다.11일(현지시간) CPI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 고위 관료들은 국가 안보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이런 내용의 핵무기 감축을 결정했으며 수십억달러의 군 예산을 아낌으로써 연방 정부의 재정 적자를 줄이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단체는 오바마 행정부가 이미 지난해 국무부, 국방부, 국가안보회의(NSC), 정보 당국, 미군전략사령부(USSTRATCOM), 합동참모본부, 조 바이든 부통령실 등의 검토를 거쳐 의견 일치에 도달했다고 소개했다.
내부 검토가 끝난 이 사안은 아직 공표되지 않고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하지도 않았지만 그가 논의에 깊이 관여했다고 관리들은 설명했다.
이 논의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결론이 당장 공개되지 않은 것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CPI는 이번 조처는 몇 주 이내로 공론화될 예정이며 이르면 12일 집권 2기 첫 새해 국정연설의 한 주제로 포함될 수도 있다고 행정부 관리 한 명의 말을 인용해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도 미국 핵무기는 러시아와 체결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따라 2018년까지 1천550기 이내로 줄어들 예정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1천개 정도로 대폭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국정연설에서 이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고 10일 보도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지난 2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에 참석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핵전력 감축에 관한 새로운 협상을 시작하자고 운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로즈 고테묄러 국무부 군축 검증·이행 담당 차관대행과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이달 말 러시아를 방문하면 좀 더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러시아와의 새 협상을 통해 미국에 2천700여기, 러시아에 2천680여기 각각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현장 배치 전술핵 숫자를 START에서 규정한 1천550기보다 훨씬 적은 1천∼1천100기로 줄이는 동시에 처음으로 전술핵 숫자 자체를 제한하자고 제안할 방침이라고 CPI는 소개했다.
그 결과로 미국 핵탄두 총수는 3천500개 이내에서 2천500개 이내, 또는 현재 핵전력의 절반 이하로 축소된다.
논의 과정에서 핵탄두 총수를 500개 이내로까지 줄이자는 제안도 나왔으나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 등이 반대해 채택되지 않았다고 CPI는 전했다.
한 관리는 미국 핵무기가 겨냥하는 목표물은 주로 러시아이고 중국, 북한, 이란도 포함돼 있다며 과거에는 이라크, 시리아도 리스트에 들어 있었지만 지금은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또 10년 전만 해도 미군은 러시아의 660개 미사일 기지를 조준했으나 현재 절반으로 줄었고 향후 10년 이내에 230곳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PI는 토미 비터 NSC 대변인이 이 사안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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