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심각한 인권 침해 소지”
리비아 반군이 사하라 사막 이남 출신 아프리카인 수천 명을 무차별적으로 체포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반군 측은 이들이 친(親) 무아마르 카다피 전사들이거나 용병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체포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이민 노동자라며 반박하고 있다.
실제로 AP 기자가 최근 접촉한 구금자들 가운데 남부 세브하 출신의 한 남성은 자기가 트리폴리 청소용역 회사에서 일했다고 말했고 니제르 출신의 또 다른 남성은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이들이 카다피 측 전사라는 명확한 증거를 찾기 어려웠다.
트리폴리 군사위원회의 알라딘 마브루크 대변인은 1일 현재 트리폴리의 임시 교도소에 구금돼 있는 포로의 정확한 수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5천명은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인구 180만명인 트리폴리에 동네별 자치위원회가 수십 곳 있는데 위원회별로 약 200∼300명의 죄수를 구금 중이라는 것.
리비아에서 사하라 사막 이남 출신의 아프리카인은 ‘노동자’와 ‘용병’이라는 양면성을 지닌다.
석유 부국이지만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리비아 정부는 지난 수십년간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 수십만명의 이민을 받아들였다.
특히 1970~80년대 아프리카 중서부의 말리와 니제르에서 넘어온 청년 가운데 상당수가 ‘이슬람 군단’에 채용됐는데 이 부대는 카다피 정권이 프랑스의 ‘외인부대’를 본떠 만든 친위부대다.
이로 인해 반군의 항전기간 이들 사하라 사막 남부 출신 이민들은 반군의 표적이 돼 왔다.
지난 6개월간의 내전기간에 반군 측이 포로를 상대로 중대하고도 조직적인 인권 침해를 했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아프리카연합(AU)과 앰네스티인터내셔널(AI) 등은 이들 ‘블랙 리비안(Black Libyans)’를 상대로 한 심각한 인권 침해 조짐이 보인다면서 반군 측에 무차별적인 체포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새로운 국가 건설을 표방하는 반군 지도부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인권과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건전한 정부가 출범할 수 있을지, 자신들이 무너뜨린 독재정권과 다를 바 없는지 판가름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이에 대해 모하메드 알 알라지 국가과도위원회(NTC) 법무장관은 자신이 몇 군데의 구금 시설을 직접 둘러봤다면서 시설이나 처우가 모두 ‘국제적 (포로수용) 기준’에 부합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보복이 아닌 관용과 자유의 리비아를 건설할 것”이라고도 했다.
반군 측은 현재 임시 시설에 구금 중인 이들에 대해 추가 정밀 심사를 거쳐 석방자와 교도소로 보낼 자를 선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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