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발목을 삐었더니/전경하 논설위원

[길섶에서] 발목을 삐었더니/전경하 논설위원

전경하 기자
전경하 기자
입력 2020-08-23 20:08
수정 2020-08-24 01:4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또 발목을 삐었다. 꽤 오래전 발목을 삐어 반깁스를 했는데 불편해서 사흘 정도 하다가 풀었다. 나이가 들면 병의 회복이 더디다는 이야기에, 반깁스를 안 하면 되레 심해지는 듯한 통증에 일주일 이상 반깁스를 했다.

발목 염좌는 서서히 나아졌지만 몸은 굼떠졌다. 뒤뚱뒤뚱 느린 걸음에 거리이건 실내이건 뒤에 오는 사람에게 신경이 쓰였다. 그러다가 뒤에 오던 사람이 반깁스를 한 발을 치는 경우도 있었다. 그 사람은 물론 사과했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평소에도 거리두기가 필요하구나. 누군가 내 앞에서 천천히 가면 어떻게 해야 할까.

횡단보도 신호는 길을 다 건너기가 아슬아슬했고, 버스 타기는 두려웠다. 어쩌다 버스를 타면 교통약자석으로 먼저 눈이 갔다. 평소 버스를 탈 때 뒤까지 가기 귀찮다고 무심히 교통약자석에 앉았던 과거의 내가 민망해졌다. 자유롭게 걸을 수 있게 되면 뒷좌석까지 기분 좋게 걸어가서 앉겠다고 다짐했다. 횡단보도에서 신체상의 이유 등으로 늦게 건너는 사람이 있으면 그 옆에서 보조를 맞춰 같이 건너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 그 사람이 덜 힘들 것 같으니까.

발목을 삐었더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이렇게 나이를 먹어 간다.

2020-08-24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