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망각/오승호 논설위원

[길섶에서] 망각/오승호 논설위원

입력 2014-06-28 00:00
수정 2014-06-28 01:3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출근할 때 저녁 약속이 있는 점을 고려해 가장 깔끔한 양복을 골라 입었다. 그런데 퇴근 무렵 배가 출출해지더니 ‘식사를 하면서 소주나 한 잔 같이할 사람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번개 모임으로 한 명을 구하고는 식당으로 가면서 서너명에게 연락을 했다. 추가 인원을 모집하는 데는 실패하고 둘이서 한 시간가량 소주잔을 주고받고 있을 무렵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야 왜 안 와?” 대학 선배 목소리를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선약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30분 이내에 와야 한다는 주문에 소주 한 병을 더 시켜 마시고는 헐레벌떡 뛰어가서 택시를 잡았다. 동료의 배려로 위기를 무사히 잘 넘겼다.

망각곡선이란 게 있다. 학습을 한 뒤 시간이 지나면서 얼마나 기억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한 시간 뒤에는 44%를 기억했는데 하루가 지나면 34%, 이틀이 지나면 28%만을 기억한다던가. 아침에 떠올렸던 선약이 10시간쯤 만에 기억에서 사라졌으니 나에게 망각곡선은 급강하한 셈이다. 망각은 삶에 필요하다고 하지만 약속을 잊어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2014-06-28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