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딸이 커 간다는 것/이용원 특임논설위원

[길섶에서] 딸이 커 간다는 것/이용원 특임논설위원

입력 2010-12-20 00:00
수정 2010-12-20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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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처음으로 외박을 했다. 물론 허가받은 외박이다. 올해 재수를 한 아이는 요즘 모처럼 여유롭게 보내고 있어 고교 단짝 친구들을 만난다고 했다. 개중에는 거의 일년 만에 보는 친구도 있는 모양이었다. “친구 집에서 자고 싶다.”는 전화가 느지막이 와 아내에게 결정권을 넘겼다. 아내는 한참 ‘취조’하더니 마지못해 허락했다. 그러더니 잠자리에 들어서는 오래 뒤척였다. 뭐가 그리 불안하냐고 핀잔을 주었더니, 아내는 “앞으로 집에 없는 날이 갈수록 많아지겠지요?”라고 되물었다.

자식이 커 간다는 건 결국 부모 품에서 멀어져 간다는 뜻이다. 딸아이도 이제 대학에 들어가면 친구들과 어울리랴, 공부하랴 밖으로만 나다닐 것이다. 그러다 보면 결혼하고 싶다며 낯모를 사내놈을 데려올 테고. 그러곤 따로 나가 제 가족을 꾸려 살겠지. 하긴 부모에게 받은 사랑 자식에게 물려주고, 그 자식은 또 제 자식에게 물려주는 게 인생 아니던가. 생각이 이에 미치니 마음이 풀어지면서 슬며시 졸음이 찾아왔다.

이용원 특임논설위원 ywyi@seoul.co.kr
2010-12-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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