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박새/이춘규 논설위원

[길섶에서] 박새/이춘규 논설위원

입력 2010-08-19 00:00
수정 2010-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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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선 이북 깊고 높은 산 풀숲에 자리잡은 박새꽃을 멀리서 보니 박색이다. 영락없는 잡초의 형색이다. 수십 번을 그냥 지나치다 최근에야 꽃임을 알았다. 7~8월, 꽃을 자세히 봐야 조각작품같이 정교함을 안다. 황백색 꽃은 앙증맞다. 사람들은 초라한 박새에 눈길도 안 준다.

무시하지 말라. 박새의 생명력은 옹골차다. 초봄 눈내리는 깊은 산 습한 곳. 박새는 기운찬 생명력으로 꽁꽁 언 땅을 뚫고 솟아난다. 발목 이상까지 덮인 눈을 밀쳐내고 나오는 힘이 신비롭다. 이 땅을 살지게 하는 강인한 생명력! 넓고 싱싱한 잎은 삽시간에 온 산을 덮어버린다.

여러해살이 풀 박새는 강한 독성을 가졌다. 뿌리는 벌레·균을 죽이는 독성이 있다. 살충제나 구토제로 쓰인다. 함부로 먹으면 위험하다. 1.5m 줄기에서 소박한 꽃을 피워 사람 시선을 피한다. 한여름 자신을 한껏 낮춰, 봄에 보란듯이 솟구친다. 늑막염풀로 불리는 박새. 독성과 수수함으로 자신을 보호한다. 화려하지 않지만 강건한 박새의 생존술이 경이롭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2010-08-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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